코로나19 이후 가족관계 가까워졌다면?…당신은 고소득자

by이소현 기자
2021.12.31 05:10:00

통계청 ''2021년 사회조사 결과'' 가족관계 분석
소득수준-가족관계 친밀도, 정비례
소득 300만원 미만부터 가족과 ''멀어졌다'' 응답 多
사회 불평등 키우는 코로나…"격차 완화 정책 절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족관계도 좋아지는 시대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휩쓴 지난 2년, 소득 수준과 가족 간의 친밀도가 비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이후 소득별 가족관계 변화(자료=통계청 2021년 사회 조사 결과)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는 ‘지난 2년 코로나19가 무엇을 바꿨나’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상을 급변시킨 코로나19 사태를 재조명해 보니 “친인척, 이웃, 친구 등 모든 사회 관계망을 통틀어 ‘사이가 더 가까워졌다’는 응답이 ‘멀어졌다’보다 많은 경우는 가족 간 관계가 유일했다”고 30일 밝혔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은 ‘가까워졌다’는 응답이 12.9%로 ‘멀어졌다’(12.6%)보다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친인척과 멀어졌다’는 답변은 36.7%로 ‘가까워졌다’(2.0%)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데일리가 같은 통계에서 모든 사회 관계망에서 유일하게 사이가 더 가까워진 가족관계를 소득 수준에 따라 구분해 보니 소득 높낮이에 따라 친밀도가 차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과 가족관계는 정확하게 ‘X자형’ 모양의 정비례 그래프를 그렸다. 가족관계는 소득이 높을수록 가까워졌고 소득이 낮을수록 멀어졌다. 소득 6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가족과 관계가 ‘가까워졌다’는 응답이 20.0%를 기록, ‘멀어졌다’(7.4%)보다 약 2.7배 앞섰다. 반면 소득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가족과 관계가 ‘가까워졌다’(6.6%)는 응답보다 ‘멀어졌다’(23.4%)는 응답이 약 3.5배 많았다.



가족관계의 친밀도는 소득 300만~400만원 미만의 중산층을 기점으로 나뉘었다. 소득 300만원 미만부터 가족관계가 멀어졌다는 응답이 두자릿수로, 가까워졌다는 응답을 앞섰다. 살림은 가난해도 가족 간의 정을 잃지 않고 서로 위해주면서 사는 ‘미풍양속’은 옛것이 된 셈이다.

이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가 늘고, 사적모임 인원제한으로 회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바깥 활동이 줄고 가족과 보낼 시간이 늘어나면서 친밀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6)씨는 “재택근무 전환으로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면서 육아에 참여할 시간이 늘어 아내가 좋아한다”며 “감염 우려에 외부활동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들과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 장기화로 ‘K자형 양극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사회적 취약계층은 일자리를 위협받고,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가정에서 돌봄의 부담은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거리두기 강화로 자영업자들은 소득이 급감하는 힘겨운 상황이 지속됐다. 2021년 KB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 소상공인 매출은 평균 24% 감소했다. 앞으로 3년간 코로나가 지속하면 매장 휴폐업을 고려한다는 소상공인은 48%에 달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올해만 스무 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지금 당장 쫓겨날 위기에 놓인 중소상인들이 부지기수”라며 “범법자를 양산하는 방역패스 철회와 보상 없는 영업제한 철폐, 소상공인 지원금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회의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며, 사회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불평등끝장넷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돌봄 공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했지만, 정부는 불안정 취약 노동자가 체감하기 어려운 대책만 내놓았고 노인·장애인 시설의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서도 대책이 전무했다”며 “돌봄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회서비스의 질 향상과 공공성 강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