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항로타·제왕절개 아기 전용…‘위드맘’의 분유 혁신

by김보경 기자
2021.03.11 05:30:00

출산율 저하로 쪼그라든 분유시장 ''기술력''으로 승부
유산균 분유로 시작 로타바이러스 억제 기능까지
제왕절개 자연분만 앞서자 면역력 강화한 분유도 개발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0.98명), 2019년(0.92명)에 이어 지난해에도 1명 미만인 0.84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태어나는 아이가 적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분유 시장도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15년 4460억원에 달하던 조제분유 시장 규모는 2020년 3670억원을 기록해 17.7% 감소했다. 감소세는 지속해 2025년에는 323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분유시장의 전망은 어둡지만 1990년 후발주자로 국내 분유 시장에 뛰어든 롯데푸드 파스퇴르 ‘위드맘’은 기술력을 더하면 살 길이 있다고 판단했다. 내 아이에게 먹이는 첫 번째 음식인 ‘분유’.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아이들의 출산·성장 환경이 변화하고 있으므로 그에 맞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만 했다.

‘위드맘’ 제품들.(사진=롯데푸드 파스퇴르)
위드맘은 2010년 유산균 분유를 선보였다. 위드맘에 적용된 복합 생(生 )유산균은 기능성을 인증받은 우수 유산균으로, 국내 분유 중 복합 생 유산균이 들어 있는 분유는 파스퇴르 위드맘이 유일하다. 여기에 유산균 효능을 극대화 해주는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을 더해 신바이오틱스(Synbiotics) 시스템을 갖췄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의 생장을 도와 인체에 유리한 영향을 주는 물질을 말한다. 특허받은 식물성 DHA도 적용됐다.

그러던 중 바이러스 장염에 주목했다. 바이러스 장염은 5세 미만 영유아 중 95% 이상이 한 번쯤은 걸린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중 로타바이러스는 중증 설사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인이다.

산후조리원이나 병원 신생아실에서 아기들이 로타바이러스에 집단감염되는 일은 종종 일어난다. 로타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부모들의 걱정도 크다.

롯데푸드는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분유에 항로타 기능성 물질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4년간의 제품 개발 기간이 걸렸다. 김치 시료 450여 종에서 유산균 5000여종, 유산균 대사산물과 사균체 등 3000여종의 물질을 시험했다. 그리고 로타바이러스 억제에 효과적인 락토바실러스 플랜타럼 LRCC5310으로부터 추출한 EPS(세포 외 다당류로 천연 유산균 대사산물)를 발견했다. 이 물질은 그 효과를 인정받아 특허를 받았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항로타 제품은 롯데중앙연구소, 중앙대 김원용 교수와 협력을 통해 검증 후 선보일 수 있었다. 중앙대 의과대학과 동물시험 및 임상시험을 통해 기능성을 검증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SCI급 국제학술논문(미국낙농학회지, 2018년 6월)에 게재해 객관성을 인정받았다.



항로타 위드맘은 제품 개발과 원료 연구의 우수성과 창의성을 인정받아 2020년 22주차 IR52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항로타 위드맘과 위드맘 산양은 출시 이후 기존 제품 대비 30%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또 한국 분유의 품질 신뢰도가 높은 동남아 국가 등에 수출도 이뤄지고 있다. 2018년 항로타 위드맘 출시 후 파스퇴르 분유 전체 매출도 매년 2~3% 가량 차곡차곡 늘리고 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상승폭이 크진 않지만 저출생과 수입 분유 대두로 국내 분유 시장이 감소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롯데푸드는 최근 또 혁신적인 제품을 내놨다. 바로 제왕절개로 출산한 아이들의 면역력을 높이는 분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제왕절개로 분만한 산모 비율은 50.5%로 자연분만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산모의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제왕절개 비율도 높아진 것이다.

자연분만 과정에서 신생아는 산도를 통과하면서 엄마가 가지고 있는 질 내 유익균을 물려받는데, 제왕절개 분만 아이는 이런 과정이 없어 장내 미생물 구성이 자연 분만 아이와 차이를 보이게 된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 조절 등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특히 무균 상태의 신생아 장에 유익균이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졌다.

롯데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의 유산균 연구 모습(사진=롯데푸드)
영국의 에든버러대학 사라 스톡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메디신에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생후 12살 이내에 천식이 발병할 위험이 21%, 5세 이전까지는 비만이 될 가능성이 59%, 알러지와 아토피 위험이 15%, 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34% 각각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서도 제왕절개 아이는 항생제 내성균(MRSA) 감염률이 자연분만 태아보다 80%가 높고, 알레르기가 많았다. 또한 비만은 10%, 제1형 당뇨가 15% 높게 나타났다.

롯데중앙연구소 내 ‘파스퇴르 모유영양연구회’와 국내 유수 대학병원은 공동연구를 통해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한국인 신생아 중 알레르기 위험성이 있는 아이의 장내 균총에서 비피도박테리아 롱검이라는 유산균의 분포도가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인과관계를 규명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비피도박테리아 롱검(B.longum)을 강화한 ‘위드맘 100일 제왕’을 출시했다.

사실 분유에 살아있는 비피도박테리아 롱검을 넣는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도 만만치는 않았다. 해당 유산균은 상온에서 생존률이 크게 떨어지는 특성 때문에 개발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롯데중앙연구소 연구원들이 여러 날 밤을 새우는 고생 끝에 이를 유산균 코팅화 기술로 해결할 수 있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파스퇴르 위드맘은 2010년 유산균 분유를 선보인 이래 다수의 특허를 기술을 취득하고 분유에 적용, 국내 유가공 수준을 높여왔다”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아이들에게 더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제품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