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 커 매력적…국내 증권사, 인니서 IB 영역확장
by이광수 기자
2019.07.15 05:10:00
인도네시아 세계 4위 인구…증권업 성장 가능성 높아
이노사이클 인도네시아 증시 상장…한상기업 최초
NH證, 올해 현지 IPO 두 건 마무리
신한금투, 키움·KB證과 1000억원 규모 현지기업 김치본드 발행 주관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인도네시아 기업금융(IB)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2억7000만명의 세계 4위의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증권 계좌수가 전체 인구수의 0.3%(75만개)에 불과해 향후 증권업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으로 꼽힌다.
국내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와 채권 중개뿐만 아니라 현지 증권거래소에 기업 상장(IPO)을 주관하거나 자기자본투자(PI) 등 IB 대부분의 영역으로 업무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에 한국계 기업인 ‘이노사이클(Inocycle)’ 상장(IPO)을 마무리했다. 한상기업이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노사이클은 상장 첫 날 거래 시작과 함께 공모가(250루피아) 대비 49.60%(374루피아)까지 치솟으며 초반 분위기 흥행에 성공했다.
이노사이클은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재생 폴리에스터 단섬유(Re-PSF)’를 생산하는 친환경 재생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 30년이 넘은 대표 한상기업인 하일론 그룹의 자회사다. 작년 생산 공장을 증설로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가장 큰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10개국 이상의 수출 채널을 확보한 상태다.
이번 딜은 인도네시아 국영증권사인 바하나 증권(PT. Bahana Sekuritas)와 공동 주관으로 진행됐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현지 기관투자자들과의 네트워크 확장과 활발한 마케팅을 위해 현지 국영증권사와 제휴했다”며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초과 청약돼 공모금액은 우리돈 기준으로 약 126억원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16년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번 상장은 지난 2017년 인도네시아 2위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캄피나’ 이후 두 번째다. 지난 5월에는 업계 최초로 1000억원 규모로 제지업체 ‘APP그룹’의 김치본드 발행을 마무리 했고, 두 달 만에 이노사이클 현지 상장을 주관하며 최근 현지 IB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 (왼쪽부터) 위디야완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법인 사외감사, 최재혁 이노사이클 대표이사, 최정효 이노사이클 회장, 뇨만 인도네시아 거래소 이사, 최승혁 이노사이클 상무, 최원혁 이노사이클 전무, 수헨드라 신한금융투자 인도네시아법인 이사가 상장을 기념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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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005940) 현지 법인인 NH코린도증권은 올해만 벌써 두 건의 IPO 대표 주관을 마무리했다. 지난 4월 현지 건설사 ‘메타엡시’를, 5월에는 현지 유통업체 ‘블리스로퍼티’를 연달아 상장시켰다. 연간 4~5건의 IPO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NH코린도증권은 앞으로 중개영업이나 PI투자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현지 증권사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갈 계획이다.
실적도 개선세다. 올해 1분기에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인 당기순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익의 65%에 해당된다. 경상이익으로는 25억원을 거둬 연간 목표치인 60억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NH증권측 설명이다.
키움증권(039490)은 지난 2009년 동서증권을 인수하면서 동서증권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을 함께 인수했다. 키움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은 신한금투가 지난 5월 대표 주관한 ‘APP그룹’의 김치본드 발행 주관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위한 IPO기관 물량, 김치본드 발행 주선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그동안 베트남 현지법인에 집중해왔던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에 진출, 역량 강화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12월 자기자본 62억원 규모 단빡(Danpac)증권을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420억원대로 늘려 작년 7월 ‘KIS 인도네시아’로 출범시켰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과 주식중개 인프라를 더욱 확장하는 한편 인수업무까지 확대시켜 5년 내 현지 상위 5개 증권사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달러화 등 외화를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한국을 상징하는 ‘김치’와 채권의 영어 표현인 ‘본드’를 조합한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