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이연·韓 저평가 매력…TR ETF 쓸어담는 외국인
by이슬기 기자
2019.03.26 05:20:00
3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4개가 TR ETF
4월 배당금 지급 앞두고 과세 이연 수단으로 ''주목''
저가메리트 韓증시에 장기투자용으로도 이용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3월 들어 토탈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3월 초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TR ETF만 4개나 들어갈 정도다. 증권가에선 4월 배당금 지급을 앞두고 과세를 이연시키려는 외국인들의 수요가 몰린 데다, 다른 국가 대비 저평가 돼 있는 한국 시장에 장기 투자하려는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3월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KODEX 200TR(278530)로, 1조 669억원의 매수세가 몰렸다. 이어 △3위 TIGER 200TR(310960)(1888억원) △6위 TIGER MSCI Korea TR(310970)(1046억원) △10위 KODEX MSCI Korea TR(278540)(689억원) 등이 3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3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0위권 안에 TR ETF만 4종목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TR ETF는 배당금을 분배금으로 주지 않고 자동으로 재투자에 활용하는 ETF를 말한다. 주가 상승시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당을 받지 않아 ETF를 매도할 때까진 세금이 이연되는 효과가 있다. 일반 ETF에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되는 것과는 다르다.
다만 배당소득세가 없는 대신 보유기간 과세(ETF 매매차익과 과세표준가격 증가분 중 더 작은 값에 세금 15.4% 부과)가 이뤄진다. TR ETF는 삼성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KODEX MSCI Korea TR을 지난 2017년 11월 처음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총 8종목이 상장됐다.
3월 들어 TR ETF에 특히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는 것은 세금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사업연도에 대한 배당금이 4월께 지급되는데 이에 대한 과세를 이연시키기 위해 TR ETF 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남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반 ETF의 경우엔 배당이 4월에 나와서 이에 대한 과세가 붙는데 외국인 같은 경우엔 대규모로 자금을 움직이다 보니 이 배당금에 대한 세금조차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4월 배당을 앞두고 과세를 이연시키는 방법으로 3월에 TR ETF에 자금을 몰아넣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대비 저평가 된 한국 증시에 대한 저가 매수 수요도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 이후 5% 넘게 오르긴 했으나 여전히 다른 시장 대비 덜 올랐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최근 S&P500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률(PER)은 16배 가량으로, 일본 닛케이평균 PER은 12배 수준이다. 이에 반해 코스피지수의 PER은 10배 수준으로 아직 글로벌 증시에 비해선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있는 편이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TR ETF는 배당금 재투자가 가능해 가격상승이 전제가 된다면 중장기적인 성과가 높은 상품인 만큼 외국인들이 TR ETF를 산다는 건 기초자산 상승을 예상한다는 의미”라며 “외국인의 경우 시장에 저가 메리트가 있으면 자산배분용으로 자금 집행이 되는데 현재 밸류에이션이 낮은 편인 신흥국 전반에 길게 보는 자금을 집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흥국에 집행한 자금들이 중국시장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한국 시장에도 흘러들어왔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공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자금을 집행할 땐 밸류에이션 말고도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 강세 등도 고려한다”며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론 코스피 지수가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보고 길게 보는 자금 집행 차원에서 TR ETF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