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소년법, 교각살우의 우 범하지 말자

by최은영 기자
2018.08.01 05:30:00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지난해 3월 인천의 한 공원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생을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유기한 주범이 지난 4월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어린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흉악한 범죄임에도 주범은 18세 미만이기에 현행법상 판사는 징역 20년보다 가중된 형벌을 선고할 수 없다.

지난 6월에는 여고생을 관악산으로 끌고 가 집단으로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로 중·고교생 10명이 수사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가해자 중 1명이 형사처벌대상이 될 수 없는 14세 미만이라 경찰은 가정법원에 송치했다. 피해자의 가족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가해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해달라고 호소하면서 아울러 만 14세 미만이어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 받지 않는 것에 대해 개정을 촉구했다.

위 두 사건은 최근 날로 흉포화 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해 성인 보다 관대한 법적 조치를 하는 것이 사회공동체를 위해 정당한가라는 문제제기를 한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19세 미만인 자는 원칙적으로 소년법 적용대상이다.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소년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보다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 소년법의 입법취지며 이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소년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그 동기와 죄질이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보호처분(사회봉사,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을 받게 되며, 가장 무거운 처분은 2년 간 소년원 송치다.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하여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하며, 살인·성폭력 범죄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20년까지 형을 선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4세 미만인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10-13세 청소년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되어 가정법원에 넘겨져 보호처분을 받는데 그친다. 즉 아무리 흉포한 범죄를 저질러도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과자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현행법을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특히 소년법 적용대상자와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매우 크다. 형법이 제정된 1953년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소년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경찰청이 내놓은 ‘2018년 상반기 청소년범죄분석’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는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3167명→3416명)했다. 특히 13세의 범죄증가율이 14.7%로 나타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소년은 적극적으로 교화의 대상이며 소년범죄가 발생하는 제반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법적용 연령을 낮춘다고 소년범죄가 줄지 않는다는 반론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저 출산 현상으로 소년들의 인구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임에도 촉법소년의 범죄 수가 증가하는 것은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외국 입법례를 보더라도 주요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형사책임연령이 낮은 국가가 100여 국가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프랑스 등 18개국은 13세 미만, 캐나다, 네덜란드 등 17개국은 12세 미만, 호주, 스위스 등 18개국은 10세 미만, 심지어 태국, 인도 등 32개국은 7세 미만이다.) 또한 사회곳곳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여론이 대세인 점을 고려하면, 자신이 행한 범죄에 대해 성인과 동등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소년법 적용대상은 18세 미만으로(사형·무기형의 완화대상은 17세 미만) 하향하는 것이 맞다.

끝으로 일부에서는 소년법을 전면적으로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10대 소년들을 성인과 마찬가지로 취급하자는 것이고, 극단적으로는 사형도 가능하게 하자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10대 소년들은 성인들보다 교화가능성이 높고 장차 우리 사회를 이끌 주역들이다.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조롱하거나 보복하는 경우라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라면 소년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