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부동산톡] 계약의 원시적불능과 타인 소유 권리의 매매

by김겨레 기자
2018.05.19 05:00:00

[김용일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이행불능이란 급부(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 일정한 행위 또는 그에 따른 이익)의 제공이 불가능함을 말한다.

이행불능은 원시적불능과 후발적불능으로 나뉘는데, 원시적불능이란 채권의 성립 당시에 이미 급부가 불능인 경우이고, 후발적불능이란 채권이 성립 후에 급부가 불능으로 된 경우인데, 통상적으로 부동산매매계약 등에서 채무불이행 및 손해배상책임으로서 문제되는 이행불능이란 후발적불능을 말한다.

다만, 이번 시간에는 이행불능 중 원시적불능과 타인 소유 권리의 매매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 원시적 객관적 불능의 효과

채권의 성립 당시 이미 급부가 불능인 경우, 즉 원시적 객관적으로 불능인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은 무효이다. 예를들어 건물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매매계약당시 그 건물이 이미 불에 타서 소실된 상태였다면 원시적불능에 해당하여 계약은 무효가 된다.

이때, 계약의 상대방은 그 계약이 유효라고 믿음으로써 손해를 입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민법 제535조 제1항은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는 상대방이 그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채무불이행으로서 후발적 이행불능의 경우에는,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더 이상 급부를 청구할 수 없는 것에 갈음하여 그 상당에 해당하는 금전 등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이행이익의 배상)과 대비된다.

즉, 원시적불능의 경우 손해배상은 상대방이 계약이 유효라고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에 대한 배상, 즉 신뢰이익의 배상에 한정되고, 나아가 이행이익의 배상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또한, 원시적불능시 상대방이 신뢰이익의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계약이 유효할 것으로 믿은 것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원시적불능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상대방은 신뢰이익의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민법 제535조 제2항).

주의할 점은, 실제 사례에서 원시적불능의 법리로 의율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원시적 불능으로 인정되면 계약이 무효가 되므로 우리 법원도 원시적불능 법리의 적용에 되도록 소극적인 입장이다.

예를들어, 채무이행에 관하여 공법상 제한이 있는 경우에도, 계약이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통상적으로 그 공법상 제한의 해소를 전제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해석하거나, 공법상 제한으로 인해 채무이행이 곤란할 정도라고 판단할 뿐, 특단의 사정이 없는한 계약 당시부터 채무이행이 불가능하여 계약이 무효였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거실, 방과 발코니 사이의 문틀을 제거하고 발코니 바닥부분의 면적만큼 거실과 바닥의 면적을 넓히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사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발코니 확장공사부분이 건축법상 건축물의 건폐율, 용적률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원시적불능으로 무효인지가 쟁점이 된 사안에서, “계약의 내용이 법률이 정한 규정에 위반되어 위법하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당시부터 원시적으로 이행불능했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다41294 판결).

또한, 상가점포를 분양받았으나, 점포의 경계표지나 건물번호표지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상당 부분 손상되어 있자, 해당 점포가 구분건물로서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구비하지 못했고, 집합건물법의 요건도 갖추지 못하여,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원시적불능에 해당하여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한 사안도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구분건물(상가점포)의 소유권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가 원시적 불능이어서 계약이 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단지 매매 목적물이 ‘매매계약 당시’ 구분건물로서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구비하지 못했다는 정도를 넘어서 ‘그 후로도’ 매매 목적물이 당사자 사이에 약정된 내용에 따른 구조상, 이용상 독립성을 갖추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하다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하면서, 결국 이 사건의 경우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아, 원시적불능에 의한 계약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17다225398 판결).

◇ 원시적 주관적 불능과 타인 소유 권리 매매시 담보책임

앞서 말한 계약이 무효가 되는 원시적불능은 객관적불능을 말하는 것이고, 주관적불능, 즉 급부가 실현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채무자에 의해서 실현될 수 없는 경우는 계약이 무효가 되지 않는다.

타인의 권리에 대한 매매계약이 대표적적이다. 예를들어, 건물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계약체결당시 그 건물이 내 소유가 아닌 경우, 매도인은 채무를 이행할 수 없지만, 소유자는 채무를 이행할 수 있으므로, 주관적 불능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경우, 민법은 타인의 권리에 대한 매매가 유효함을 전제로, 다만 이행불능시 하자담보책임의 문제로 해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민법 제569조는 “매매의 목적이 된 권리가 타인에게 속한 경우에는 매도인은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570조는 “전조의 경우에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는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매수인이 계약 당시 그 권리가 매도인에게 속하지 아니함을 안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하여, 선의의 매수인(계약당시 그 권리가 매도인에게 속하는 것으로 믿었던 매수인)은 원칙적으로 계약해제와 손해배상청구를 동시에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손해배상은 이행불능당시의 목적물 시가와 매매대금과의 차액이 될 것이다.

☞김용일 변호사는?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 사법연수원 34기(사법고시 2002년 합격)

-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