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뇌물 의혹' 전병헌 영장 또 기각…法 "구속 필요성 인정 어렵다"(상보)

by한광범 기자
2017.12.13 01:20:20

다툼 여지 있고 증거인멸 가능성 낮다 판단…田, 일단 '한숨'
檢, 보강수사 통해 재청구 불구 또 기각…불구속 기소할 듯

전병헌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이 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홈쇼핑 재승인 심사와 관련해 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헌(59)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3일 오전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전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뇌물 관련 범행이 의심되기는 하나 이미 드러난 보좌관 행위에 대한 피의자 인식 정도나 범행 관여 등 피의자의 죄책에 관해 상당 부분 다툴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객관적 자료가 수집돼 있고 핵심 관련자들이 구속돼 있어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지 않고 나머지 혐의는 전반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 피의자가 도망할 염려가 크지 않은 점까지 종합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1차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후 강도 높은 보강조사로 전 전 수석에 대한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다시 기각함에 따라 검찰로서는 전 전 수석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전 전 수석으로선 다시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전 전 수석은 앞서 12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해 취재진과 만나 “충분히 오해를 소명하고 나오도록 하겠다. 최선을 다해서 저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영장 기각으로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조치됐다.

전 전 수석은 2015년 7월, 당시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던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3000만원을 후원하도록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롯데가 제공한 기프트카드 700만~800만원 가량을 가족들이 사용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2013년엔 GS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1억5000만원을 후원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전 전 수석은 e스포츠협회 자금으로 의원실 인턴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협회 자금 1억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 전 수석은 아울러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정무수석에 임명된 후인 지난 7월 기획재정부 관계자에게 e스포츠협회 주관 PC방 지원 사업에 예산 20억원을 지원하라고 압력을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홈쇼핑 주무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이었던 만큼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 전 전 수석이 사유화한 e스포츠협회가 동원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달 22일 롯데 뇌물·e스포츠협회 자금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이후 보강수사를 통해 GS홈쇼핑 관련 뇌물 혐의와 기재부 예산 배정 압력 혐의를 추가해 지난 8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그러나 전 전 수석은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홈쇼핑 업체 후원금 요구에 대해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모르는 일”이라며 이미 구속된 전직 보좌진들이 한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기재부 예산 배정 압력 협의에 대해선 “e스포츠산업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종합적 판단을 갖고 상식적인 조언을 해줬을 뿐”이라며 “똑같은 기회가 있다면 똑같은 조언을 해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