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 후폭풍 논란.. 4000억원 수익 감소 vs ‘공포 마케팅’

by노희준 기자
2017.06.04 06:00:0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조기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라 카드업계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카드업계는 연간 카드사 수수료 수익(revenue)이 4000억원 감소할 것이라며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수수료율뿐 아니라 카드이용액 등을 감안하면 카드업계의 전망은 과장됐다고 일축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러나 ‘돈을 벌고 있으니 더 인하하라’는 식으로 업계를 압박하는 것도 일종의 관치라며 정부와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2일 여신금융협회 분석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시행되는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 확대 정책에 따라 카드업계는 연간 4000억원(체크카드 포함)의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0.8%의 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가맹점 기준을 현재 연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출 예정이다. 또 1.3%를 적용받는 중소가맹점 기준도 연 매출 3억원에서 5억원을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1∼6월) 기준으로 전체 260만 가맹점 중 매출 2~3억원의 19만개 가맹점 수수료율이 1.3%에서 0.8%로, 3~5억원인 25만개 가맹점 수수료율은 2.5%에서 1.3%로 내려간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중소가맹점을 5억원까지 확대하면 우대수수율을 적용하지 않는 일반가맹점은 13%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카드업계의 이 같은 추산이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본다. 4000억원의 수수료 수익 감소는 수수료율 인하 외 다른 모든 조건이 변하지 않아야 하지만 카드이용액 증가 등으로 수익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5년말에도 수수료 인하로 6700억원의 수수료 수입 감소가 예상됐다”면서 “하지만 2016년에도 카드 사용량이 12% 늘어 수수료 수익은 별로 조정이 없었고 부가서비스 지출도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카드업계 수수료수익은 3156억원 불어났다. 카드이용액이 훨씬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드업권 당기순이익도 1조 8134억원으로 전년대비 9.9%(1992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이 같은 순익은 채권 부실을 대비하는 대손충당금에 더해 추가로 적립하는 ‘2중의 안전장치’인 대손준비금을 반영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지 않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상의 실제 카드업권 순익은 2조 266억원으로 전년보다 0.2%(43억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에 대해 한 카드사 사장은 “카드사들은 우리 사회가 신용사회, 네크워크 사회로 진입하는 데 기여하고 그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카드사가 돈을 벌지 못 하면 그런 인프라의 유지·보수·관리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면 카드업권이 핀테크나 4차산업에 대비한 투자에 나설 여력이 줄어든다. 본업에서 못 번 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가계부채와 연결되는 카드론 등 대출서비스를 늘릴 수도 있다. 수익성이 과도하게 나빠지면 외부 부실에 대한 대비를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2012년에 도입한 현행 수수료 산정 체계인 ‘적격비용’ 원칙에 근거해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원가 변동요인을 반영하기 위해 3년마다 적격비용 산정에 나서기로 해놓고 시행령 손질로 1년 반만에 ‘뚝딱’ 해치우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가 산정 체계를 도입한 이상 그에 근거해 수수료 인하 이유가 합리적으로 있어야 한다“며 ”단지 카드사가 돈을 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수료를 내리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효찬 전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3년짜리 카드사 사장은 수수료가 인하되는 상황에서라도 어떻게든 재임 중 허리띠를 졸라매고 신사업을 발굴해 성적표를 맞춰놓을 것”이라며 “ 결과론적인 실적만 보고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고 계속 압박하는 것은 카드사의 성장동력을 갉아먹으며 악순환을 일으킨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