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vsLG전자, '글로벌 적과의 동침' 오픈이노베이션 경쟁

by이진철 기자
2016.03.08 05:00:00

삼성전자, 오라클-페이스북-MS.. B2B·VR콘텐츠 협업
LG전자, 구글-퀄컴-인텔.. 스마트TV 등 글로벌 마케팅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간 결합.. 스마트생태계 구축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스마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서고 있다. IT(정보통신) 제품은 물론 스마트카 등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사업분야에서 기술 융복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글로벌 동맹으로 경쟁력 강화를 적극 모색하는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페이스북과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을 통해 애플과 구글을 견제하고 있다. 이에 맞서 LG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인 구글, 인텔, 퀄컴과 스마트 생태계 구축을 위한 동맹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핀테크, 모바일 헬스 등 융합 분야에서는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 새로운 경쟁의 판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기기부터 B2B(기업간거래) 영역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라클과 협력을 통해 기업용 솔루션 개발자들이 편리하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도구인 ‘아파치 코르도바 플러그인(Apache Cordova plug-in)’을 제공해 왔다.

시스템통합(SI) 서비스업체 아우라플레이어(Auraplayer)는 이를 활용해 뉴욕시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와 주빌리생명보험(Jubilee Life Insurance) 등 기업 고객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작년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5에도 참여해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서 오라클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기업용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최근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차세대 전략사업인 가상현실(VR) 분야에서도 콘텐츠 강화를 위해 페이스북의 가상현실 소프츠웨어(SW)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갤럭시S7 언팩’ 행사의 연사로 등장하며 지원사격에도 나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세계 1위 스마트폰 경쟁력과 페이스북의 막대한 가입자, 가상현실 SW 기술이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고 B2B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애플에 대한 견제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S6와 갤럭시 S6 엣지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주요 스마트 기기에 클라우드 기반의 메모 서비스인 원노트(OneNote),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인 원드라이브(OneDrive), 인터넷 음성·영상 통화 서비스 스카이프(Skype)를 기본 탑재했다. 태블릿에는 MS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MS 소프트웨어를 대부분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기기의 범용성을 넓힐 수 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구글에 대한 의존성도 낯출 수 있다.



작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오큘러스 커넥트2’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삼성 기어 VR’ 신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각종 IT 장치들이 연결되는 디바이스 컨버전스 뿐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컨버전스와 모바일·클라우드 플랫폼 컨버전스 등을 강화하며 스마트 오피스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에서 미국에서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과의 협업을 통해 프린팅 토너 자동주문 서비스를 구축했다.

LG전자는 세계 최초의 모듈방식 스마트폰 ‘G5’ 출시를 계기로 타사 제품군까지 결합·연결하는 새로운 스마트 생태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달 스페인에서 개최한 ‘G5’ 공개행사에는 구글, 퀄컴, 패럿, 뱅앤올룹슨 등에서 핵심 인사들이 무대에 올랐다. 구글은 360도 카메라와 VR기기의 연결성을 소개했고, 드론업체 패럿은 G5가 드론 컨트롤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세계적 오디오기업 뱅앤올룹슨은 G5의 2개 확장 모듈중 하나인 ‘하이파이 플러스’에 자체 로고를 붙이고 등장했다.

LG전자 모델이 작년 11월 국내 TV제조사 중 처음으로 출시한 ‘구글 플레이 무비 & TV’ 앱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넥서스5X’을 선보이는 등 구글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양사는 글로벌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해 기존 특허는 물론 2023년까지 출원하는 특허까지 포괄적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올레드TV 확산을 위해 국내 TV제조사로는 처음으로 ‘구글 플레이 무비&TV’ 앱을 선보이며 스마트TV 분야에서도 활발한 협력을 하고 있다. LG전자와 구글은 지난해부터 구글 검색, 유튜브와 같은 구글의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이 올레드 TV를 구매할 때까지 각 단계에 맞춰 최적화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기완 LG전자 HE해외영업그룹장(부사장·왼쪽 세번째)과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네번째))가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업무협력을 맺은 후 악수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스마트폰 반도체칩을 공급하는 퀄컴과도 오랜기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초 스마트폰 G4 출시를 앞두고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스냅드래곤 810 발열 이슈가 발생했지만 LG전자는 “G4 출시전략에는 차질이 없고, 발열문제도 개선됐다”며 퀄컴측을 옹호했다. 스티브 몰렌코프(Steve Mollenkopf) 퀄컴 CEO는 ‘G5’ 공개행사에 등장해 “기술력과 노하우에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인 인텔과는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량 무선인터넷 기술인 5G(5세대) 텔레매틱스 관련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G4에 이어 G5의 스마트폰 보안솔루션도 인텔의 보안시스템을 탑재했다.

전자업계에는 앞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위한 글로벌 기업간 협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기술이 평준화됨에 따라 이제 하드웨어 하나를 가지고 승부하는 경쟁은 끝났다”면서 “스마트폰과 연결해 소비자의 관심과 구매를 강조하는 포인트를 찾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