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렌털서비스 `전성시대`

by김재은 기자
2015.05.11 04:00:00

코웨이, 분기 사상 첫 영업익 1000억 돌파
국내 렌털시장 12조..불황·신제품 주기단축·고령화 등 영향
롯데·현대백 출사표..`홈쇼핑` 계열사 시너지 통할까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불황의 그늘이 길어지며 ‘렌털서비스’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렌털서비스 1위 업체 코웨이(021240)의 1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고, 롯데의 KT렌탈 인수, 현대백화점의 렌털·케어 별도법인 설립 등 대기업들의 시장잡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수기, 비데 등 소비재 렌털 1위인 코웨이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돌파했다. 1989년 설립된 이후 사상 최대치이자 전년동기대비 11.1% 성장한 수치다. 코웨이는 2012년 웅진그룹에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넘어갔지만, 견실한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1분기 코웨이의 환경가전 매출은 444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1%(255억원) 늘어났다. 이가운데 렌털 매출액은 3633억원으로 전체의 81.7%를 차지했다. 1분기 코웨이가 렌털로 판매한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매트리스는 총 34만대로 역대 최대였다.

현재 국내 소비재 렌털시장 규모는 12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신제품 주기 단축 등이 겹치며 생활가전, 정수기, 비데 등의 렌털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면 렌털시장이 성장하는데, 우리나라는 2007년 처음으로 2만달러를 돌파했다.

이은영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항상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건강용품, 가전제품의 청소 등 관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차별화된 마케팅 포인트가 관련 렌털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소비재 렌털시장 규모는 16조9000억원으로 5000만명의 국민이 1인당 연평균 33만8000원을 지불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 주택시장 변화도 렌털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김태현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이 임대주택으로 재편된 일본의 경우 계약기간동안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렌털을 선호하고 있다”며 “자동차 렌털시장이 급성장세를 이룬 것처럼 국내 주택시장 변화와 맞물려 홈 임프루브먼트 렌털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은 영업이익률에 안정적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렌털시장에 대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다. 이마트가 3년전 렌털시장 진출 1년만에 철수한 경험이 있고, 삼성, LG도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하다. 업계에 따르면 정수기시장에서 LG의 시장점유율은 4%로 코웨이(43%), 동양매직(8%), 청호나이스(8%) 등에 밀리고 있다. 공기청정기 역시 LG 15%, 삼성 14% 수준으로 코웨이(34%)의 절반에 그친다.

렌털사업의 경우 소비자와의 접점인 판매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탓이다. 코웨이는 생활가전을 선택하는 주부들을 사로잡기 위해 렌털서비스 전문가(코디)를 여성으로 채용하고 있다. 현재 코웨이의 코디 인력은 총 1만3000명으로 이들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등을 관리하기 위해 2~3개월에 한번씩 가정을 방문한다.

롯데그룹은 지난 2월 렌터카 1위업체인 KT렌탈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렌털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위니아만도 인수에 나섰던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은 렌털·케어사업에 직접 진출하기 위해 600억원 규모의 현대렌탈케어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현대렌탈케어 대표는 김화응 현대리바트 대표가 맡았으며 다음달부터 현대홈쇼핑(057050), 현대리바트(079430) 등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5년내 가입자수 100만명, 매출 25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최근 렌털사업에 뛰어든 롯데와 현대백화점그룹 모두 홈쇼핑 계열사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홈쇼핑에서 최근 렌털제품 판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는 콜센터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렌털 고객 모집에 용이한 영향이 크다.

특히 최근 대형 유통회사들이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렌털시장에 승부를 건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업계의 상품 판매는 29조2321억원으로 전년대비 1.9%(6000억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