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봇'의 아버지 한찬희 대표 "뽀로로 성공 큰 힘 됐죠"

by김재은 기자
2015.03.13 03:00:00

영화감독 꿈꾸던 청년, 또봇 성공 이끌어
기아차로 어필..6세미만 유아층 타깃
영실업 2년만에 매물로..자본 국적 따지기 '무의미'
"과감한 투자 필요..100년 유지 남은 숙제"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또봇’의 흥행에 힘입어 사상 첫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영실업의 몸값이 높아져만 가고 있다.

13일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오는 3월말~4월초 이뤄질 본입찰에는 중국계 투자자를 비롯한 5곳이상의 인수후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각가격도 2000억~3000억원수준으로 불과 2년여전 홍콩계 사모펀드(PEF) 헤드랜드캐피털파트너스가 인수할 당시(600억원)에 비해 3~5배가량 높아진 상태다.

한찬희 영실업 대표. 사진=영실업 제공
창사이래 최대 실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2년여만에 또다시 주인이 바뀌는 영실업의 한찬희 대표를 만났다. 2002년 회계팀으로 입사해 13년째 몸담고 있는 한 대표는 창업주인 김상희 고문과 함께 ‘또봇’ 탄생의 주역으로 꼽힌다.

“2년여전 매각될 때는 직원들 동요가 심했어요. 하지만 이번엔 차분합니다. 2년간 대주주가 적절한 자본투자를 진행했고, 그 덕에 또봇이 시장에서 완전히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2009년 11월 처음 출시된 또봇은 첫 해 1억원의 매출도 거두지 못했지만, 2010년 49억원, 2011년 148억원 등 급성장을 지속하며 지난해엔 6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영실업 연간 매출의 62% 수준으로 지난 6년간 또봇의 누적 매출액은 1800억원에 육박한다.

또봇 매출추이. 자료=영실업 제공
고교시절부터 영화를 만들던 한 대표는 한때 연출부에서 일하며 영화감독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혀 회계학을 전공한 뒤 관련 연구원에 취직했다. 그 덕분일까. 한 대표는 2000년대 후반 영실업이 헤게모니를 쥐고 또봇 애니메이션과 완구를 함께 출시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영실업은 1997년 외환이기 이후 지속적으로 큐빅스, 아이언키드, 포트리스, 이레자이언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방송사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주도하는 제작위원회에서 완구업체인 영실업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저에겐 뽀로로가 큰 힘이 됐어요.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이나 콘텐츠도 성공할 수 있구나’라는 확신을 심어 줬거든요.”

한 대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레트로봇의 이달 감독을 만난 것도 또봇 성공의 주요 비결로 꼽았다. 기존 제작 시스템에 익숙해있던 파트너사가 전적으로 영실업에 힘을 실어주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 레트로봇과 함께 일하며 애니메이션과 완구를 동시에 개발하다보니 개발 비용도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좀 더 젊은 감성에 어필하고자 선택한 기아차(000270)도 주효했다. “현대차는 전통적인 디자인으로 완구로 옮겼을 때 특징을 구현하기 쉽지 않다. 소울 등 박스형인 기아차가 더 적합했다.”

사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장난감은 그야말로 흔하다. 영실업은 또봇의 주 타깃연령대를 기존 3~9세에서 3~6세로 낮추고, 폭력성을 줄이며 유아스럽게 재해석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통상 보이액션은 3~9세를 타깃으로 해요. 또봇은 3~6세를 대상으로 혼자 놀 수 있도록 제작했고, 6~9세는 또래와 같이 어울려 놀 수 있도록 바이클론즈 등 배틀레이스를 가미했죠.”

영실업이 지난 10년간 100억원 이상 투자하며 경험한 수많은 실패도 교훈이 됐다. 영실업은 자체적으로 제작한 또봇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재무적 데미지는 제한적인 수준으로 애초부터 설계한 것이다. 영실업은 최근 3년간 연 40%이상 고성장중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20%대로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도 최상위 수준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맘때쯤엔 한국의 반다이가 나왔으면, 그리고 그게 우리였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 1인당 소비가 늘어나면서 완구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지난해엔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가 품귀현상을 빚었지만, 또봇도 목표 매출 이상을 거뒀다는 설명이다.

핫이슈인 매각과 관련해 한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 가업을 승계받거나 제 3자가 이어받기는 더 어려운 구조”라며 “승계가 어려운 현실에서 새로운 모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완구업체’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도 분명한 생각을 밝혔다. “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결국 인텔리전스 비즈니스로 사람에게 투자하고 돈을 쓴다. 지금은 (영실업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으로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포스코나 국민은행을 외국기업이라고 하나? 결국 연구개발 인력은 한국인이고, 그 자본도 한국에 투자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표와 함께 또봇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상희 고문은 경영권을 매각했지만, 매일 출근하며 멘토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올해 영실업은 ‘리부팅 또봇’을 기획하고 있다. 최근 태권V를 오마주한 태권전사 K를 출시했고, 신규 시리즈 등을 통해 현재 60%인 또봇의 비중을 40%수준까지 낮출 계획이다.

“또봇이 파워레인저, 트랜스포머같은 대표 캐릭터로 자리했으면 좋겠다. 지금 6살인 우리 딸이 나중에 자기 아들에게 사줄 수 있는 장난감이 되길 희망한다. 결국 뽀로로나 또봇같은 국내 콘텐츠가 100년이상 가도록 하는 것. 그게 남은 숙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