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없애고'…시름 잠긴 손보업계

by문승관 기자
2014.12.29 04:00:00

車보험 실적악화에 문 닫는 온라인보험사
비용절감 이유 대규모 인력 감축 이어져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저금리·저성장이 드리운 경영난이 손해보험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경쟁력과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며 연말 감원 한파가 어느 때보다 거세게 불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보험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발목을 잡히면서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손보업계는 최대 위기라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손보업계의 인력감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비용절감의 가장 손쉬운 대안이 구조조정이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사장을 포함한 16명의 임원이 지난 23일 해임통보를 받았다. 34명 임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 한꺼번에 해임통보를 받은 것은 회사 설립 92년 만에 처음이다. 올해 3월 삼성화재 출신인 남재호 사장을 영입했으나 뚜렷한 영업성과가 나타나지 못하자 그 책임을 물었고 후속 인사로 대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이 363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줄어들었다. 이번 인사로 메리츠화재는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임원들은 1년마다 성과에 대해 평가받지만, 이번 임원인사는 그런 성과와는 상관없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G손해보험도 지난 18일까지 재직기간 25년 이상(63년생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연말까지 최종 인원을 확정할 예정이다. 손보사로서는 올해 첫 희망퇴직이다. MG손보는 직원이 약 750명에 불과하지만 ‘역피라미드형’ 인적구조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인력의 고비용·저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아 KB금융지주 품에 안긴 LIG손해보험도 일부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동안 매각 작업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했던 만큼 조직 추스르기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해동화재가 리젠트화재에 인수된 후 인터넷전용 자동차보험을 내놓은 뒤 14년이 지난 현재 온라인자동차보험은 전체 자동차보험에서 3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01년 온라인자동차보험사 교보자동차보험(AXA다이랙트)이 처음 출범할 당시만 해도 시장점유율은 0.4%에 그쳤다.

지난 9월말 현재 온라인자동차보험 수입보험료(매출)는 2조 7077억원, 시장점유율로는 29.7%에 달한다. 13년간 시장이 750배나 성장했다. 이처럼 온라인차보험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온라인을 통해서만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온라인차보험사들은 만성적자에 시달리며 속속 문을 닫고 있다.

2003년 LG화재와 합작사로 탄생한 다음다이렉트보험은 독일 에르고사에 인수됐다가 AXA에 다시 넘어간 뒤 현재는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 협상 중이다. 2001년 국내 처음 온라인자동차보험사로 출범한 교보자동차보험도 프랑스 AXA그룹에 인수됐지만, 손해율 악화로 지급여력비율(RBC) 하락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최근 3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9월말 현재 지급여력(RBC)비율은 130.4%로 금융감독원 권고비율 150%를 밑돌고 있다.

지난 2005년 12월 현대해상이 100% 출자해 탄생한 하이카다이렉트도 출범 이후부터 만성적자에 시달리면서 출범 10년 만에 현대해상에 흡수합병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하이카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338억원 적자에서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112억원, 17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RBC비율도 2012년 140.21%, 2013년 147.33%, 2014년 9월말 현재 147.51%로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온라인차보험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삼성·동부화재 등 경쟁사들이 ‘인하우스(회사 내 계열조직)’ 방식으로 온라인차보험 영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내 입지가 줄어든데다 단종보험사이다 보니 자동차보험 적자를 메울 수 있는 다른 보험영업 분야가 없어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업계 전체적으로 최근 2012년 83.4%, 2013년 86.8%, 2014년 88.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가 제시하고 있는 적정 손해율 수준은 77%다.

온라인차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손보사는 실손의료보험 등 상품이 많아 차보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지만 온라인차보험사들은 이런 구조가 아니다”며 “현재 구조상 손해율을 낮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