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속 '조선 빅3', 돌파구 있나

by정태선 기자
2014.11.06 06:00:00

유망주 해양플랜트 무너져 ''기저효과''..실적 발목
LNG운반선 등 상선 분야에서 수익성 ''만회''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글로벌 시장 선두를 자랑하던 국내 조선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조선 빅3’ 가운데 맏형으로 꼽히는 현대중공업이 올해만 3조원 넘는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나타내면서 조선업 전반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가수주가 몰렸던 2012년 프로젝트 중 일부 부실이 반영된데다 기대가 컸던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기술개발이 더뎌지고 공기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해 발목이 잡혔다. 게다가 중국이 14개에 달하는 국영조선소를 8개로 통합해 규모를 키우며 쫓고 있고, 엔저를 무기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일본이 고부가가치 대형선박 분야에서 국내 조선업체의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다.

대내·외적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가스선을 중심으로 한 상선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북미지역의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발주가 늘어, 유가 하락으로 지연된 해상플랜트 분야의 부족분을 메워준 것이란 전망이다.

각 사 전자공시 참고.
금융위기 직후에도 건실했던 현대중공업(009540)의 적자폭은 ‘조 단위’로 남달랐다.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은 1조 9346억원, 당기순손실도 1조 4606억원이나 됐다. 지난 2분기 1조 1037억원까지 더하면 올해만 3조원 넘는 영업적자다. 회사측은 전 사업부문에 걸쳐 예측 가능한 손실 요인을 모두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조선부문에서 특수선박 등에 대한 작업일수 증가로 1조 1459억원, 플랜트부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 등 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에서 7791억원의 영업손실이 생겼다.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새로운 경영진으로 진용을 갖춘 현대중공업은 4분기 500억원 가량의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계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해외지사 및 법인도 수익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반면 미리 부실을 털어낸 삼성중공업(010140)은 경영 실적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보다 한발 앞서 작년 말과 올 초 해양플랜트 등 부실사업을 선반영, 4000억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 3분기에는 영업이익 1815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줄었지만,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애초 목표했던 올 영업이익 2000억원을 초과 달성할 것이란 예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시장의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3분기 영업이익이 13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6% 증가했고, 매출은 4조2228억원으로 15.4% 늘어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국내 경쟁업체가 고전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이익을 봤다. 회사 측은 “고정식 설비와 부유식 설비 등 해양 부문의 매출이 늘었을 뿐 아니라 강점이 있는 분야라 이익도 남았고, 상선분야에서도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마진이 좋은 LNG선과 컨테이너선 비중을 높여 영업이익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연초 세운 수주목표의 절반을 넘겨 현재까지 78억 7000만달러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직격탄을 맞았고, 이로 인한 안 좋은 ’기조효과‘가 실적을 더 초라하게 보이게 한다고 평가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등으로 작년 발주량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던 반면 올해는 소폭 감소하면서 감소폭이 유난히 커 보인다”며 “올해 상선시장의 수주 행보는 예년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빅3 조선사의 매출 중 60%를 차지한 해양부문이 올해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이를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상선부문이 부족분을 채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야말 프로젝트에 사용될 쇄빙LNG선 10척을 포함해 가스선 14척과 가스운반선 12척을 수주하며 작년(8척)보다 3배 이상의 수주 실적을 올렸고, 현대중공업은 가스선 28척을 수주하면서 작년 25척을 넘어섰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13척)에 못미치지만 LNG선 2척, 가스운반선 6척을 수주했다.

조선업계는 셰일가스 붐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LPG(액화프로판가스)선박 등 가스선 수주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가스선 건조 기술은 중국과 일본보다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셰일가스 개발로 발주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