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벤처, 기술력 좋지만 아직 덜 알려져..지금이 투자 기회

by이유미 기자
2014.09.30 06:00:00

미국, 일본, 중국마다 투자 특징 조금씩 달라
韓 벤처, 기술력 좋고 기업가치 낮아 투자 적기
VC, 해외 네트워크 소개 및 현지 노하우 공유 지원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하형석(31) 미미박스 대표는 지난 2012년 2월 창업했다. 미미박스는 매달 구독료를 내는 고객에게 화장품을 한 달에 한 박스 보내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연매출 50억 원을 달성할만큼 한국에서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미미박스는 해외진출의 꿈을 이루기위해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올 2월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액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로부터 10만 달러(약 1억 원)을 투자받고 3개월간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게서 총 15만 달러에 해당하는 기업 인프라 사용 지원은 물론 투자자들과 선배 창업자들의 멘토링을 받으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또 와이컴비네이터로부터 투자를 받은 다른 스타트업들과 함께 비교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심리가 유발되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미미박스는 창업 첫해에는 연매출 11억 원, 지난해에는 50억 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파이브락스는 지난해 일본 벤처캐피털인 글로벌브레인에게서 약 25억 원을 투자받은 후 글로벌브레인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파이브락스는 글로벌브레인를 통해 일본 현지 파트너사 ‘포케라보’, ‘구미게임즈’, ‘애드웨이즈’ 등을 소개받고 제휴를 맺을 수 있었다. 파이브락스는 국내외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미국 모바일광고업체 탭조이에 인수됐다.

파이브락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미국 모바일광고업체 탭조이에 인수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스티브 워즈워드 탭조이 대표, 이창수 파이브락스 대표, 임창무 탭조이코리아 대표. 파이브락스 제공
해외벤처자본이 한국 스트업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국내 벤처 생태계에 큰 변화 물결이 일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자본도 한국 벤처에 대한 관심이 크다. 재미교포들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알토스벤처스는 한국계인 한킴 대표가 설립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회사이며 부트스트랩 랩스의 공동대표 벤자민 레비는 한국계 부인을 두고 있다. 500스타트업의 공동파트너인 크리스틴 사이도 한국계 미국인. 한국에서 태어난 팀 채도 500스타트업에서 EIR(Entrepreneur in Residence, 창업도우미)로 근무하고 있다.

일본은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와 글로벌브레인 등을 위주로 한국 투자를 늘리며 한국 벤처의 일본 진출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 록앤올, 우아한형제들에 투자한 사이버에이전트는 2012년 한국지사를 설립, 국내에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글로벌브레인은 VCNC, 파이브락스 등에 투자하면서 일본 기업들을 소개해주며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과는 다른 각도로 한국 투자에 접근한다. 이미 중국 내부에도 워낙 스타트업, 벤처가 많다. 중국은 한국 벤처의 서비스 중 중국으로 가져가서 승부를 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대부분 게임사 투자에 몰려있다.

한국 IT 벤처와 스타트업은 기술력과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해외 벤처개피털이 눈여겨보는 매력 포인트다. 한국 벤처들의 경쟁력은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벤처캐피털은 투자한 회사를 성장시켜 처음 투자금 대비 높은 가치로 지분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IT벤처붐에 휩쓸려 실제로 보유한 기술력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실리콘밸리의 벤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 “벤처캐피털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높은 기업 가치(밸류)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아직 기업 가치는 낮지만 실력있는 해외 스타트업을 보고 있다”며 “파이브락스도 기술력이 있어 탭조이에 인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전보다 어학연수나 배낭여행 등을 통해 해외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창업자들이 많아진 것도 글로벌 진출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과의 접촉도 융통성있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해외 벤처캐피털에게서 투자받는 건 단순한 자금 확보 차원 이상이다. 벤처캐피털도 좋은 기술력과 노하우, 경쟁력을 가진 벤처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조건을 제시한다. 해외 업체와의 네트워크 연결이나 현지 노하우 전달로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다.

특히 일본 벤처캐피털은 투자한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일본 회사를 소개해주거나 제휴를 알선해준다. 이미나 파이브락스 홍보이사는 “글로벌브레인은 파이브락스에 투자한 이후에도 파이브락스의 일본 법인 설립부터 사무실, 초기 직원 세팅, 영업까지 도움을 줬다”며 “현지 적응 시간을 줄일 수 있었으며 기술력을 끌어올리는데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 스타트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고민을 나누는 것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는 “매주 화요일 저녁 와이컴피베이터가 투자한 회사 전체가 모여서 식사를 하면서 일주일 동안의 사업 진행 상황을 이야기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며 “이러한 참여형 교육을 통해 같이 경쟁심리를 유발하고 모두가 성공하고 싶은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벤처 투자 생태계가 바뀌면서 해외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국내 스타트업들의 자세도 달라지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직접 데모데이(서비스 시범을 보이는 자리)를 진행하거나 해외 벤처캐피털과의 접촉에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해외 투자 유치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믿을만한 투자사인지 확인도 필요하다.

강석흔 본엔젤스 이사는 “해외 투자사들이 산업에 대한 네트워크, 전문성이 있으면 여러 가지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해외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와 전략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