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도 '멀티플레이어' 시대

by성선화 기자
2013.11.21 06:00: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서울 회현동우리은행 본점에 근무하는 김 계장은 매일 아침 10분간 ‘굿모닝 10분 스터디’를 시청했다. 지난 16일 실시된 ‘직무역량평가(WAT·와트)’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였다. 올들어 두번째로 실시된 ‘와트’ 시험은 여신, 수신, 외환, 상품지식 등 100문항을 1시간 40분 동안 푸는 시험이다. 총 5등급으로 나눠지고, 1등급 커트라인은 85점이다.

김 계장은 “1등급을 목표로 공부했다”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시험 공부를 하니 집중이 더 잘 됐다”고 말했다. 특히 “영업점에서 필요한 실무적인 내용을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며 “본점에만 있다보니 실무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었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은행원도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는 시대다. 은행업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지향하는 ‘원스탑 뱅킹’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업무 이외에 다양한 전문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조직원들이 은행의 다양한 업무를 숙지할 수 있도록 각종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은행이 올해부터 직원들의 직무역량강화를 위해 신설한 ‘와트’ 시험은 직급과 상관없이 전 직원이 응시할 수 있다. 연간 2회 실시되며 올해 응시율은 93%에 달했다. 높은 등급을 받는 직원에겐 해외 시상 및 연수 시간 인정, 연수 기회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첫 시행이지만 행원들의 참여율이 기대 이상”이라며 “조직원들 스스로 은행업 전반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밖에 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도 은행원들이 본인의 업무 이외에 다른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하지만 모든 조직원이 의무적으로 치러야했던 과거 방식과는 달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유도하고 있다.



은행권이 지향하는 원스탑 뱅킹을 위해선 수신은 물론 여신, 상품까지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강조되는 업무가 ‘외환’와 ‘은퇴’ 부문이다. 이에 시중은행권은 직원들의 직수 연수에 외환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외환·기업여신 업무 담당 직원의 실무역량 강화를 위해 ‘외환·기업여신 케이스 스터디 레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영업점 외환업무, 기업금융 사무분담 수명직원은 실무지식, 전산사례 등으로 구성된 자료를 자율학습해 분기별로 평가를 받게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과정을 이수하면 그동안 전문적인 영역을 여겨졌던 외환과 기업여신 분야에서도 전문적인 상담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역시 올해부터 외환 전문가 자격증을 실시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외환 분야 공부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평균 수명 연장이 예상되면서 은퇴 부문 역시 은행들이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분야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은퇴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집중반을 육성 중이다. 특히 교육프로그램들도 체계화·전문화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연수원에만 의존했던 직무역량교육 프로그램을 은행 실정에 맞게 리모델링 중이다. 금융연수원에서 실시하는 직무 교육은 국민은행에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