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中접경 단둥에선..긴장속 北주민 귀국행렬
by윤도진 기자
2011.12.20 07:20:59
(르포 1신)압록강 국경 쥐죽은듯..철도운행 정상
부유층 인사 체제불안 피해 中피신 소문도
[단둥=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20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각. 육중한 화물열차가 어둠을 뚫고 느릿느릿 압록강을 건넜다. 중국의 북한 접경지대인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에서 바라본 본 강 건너 신의주는 칠흙같았다. 국경 근처라면 특이한 징후를 볼 수도 있으리라는 예상은 일단 빗나갔다. 양국의 국경 방어 태세에서도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국경이 잠정 봉쇄됐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찾은 단둥의 모습 역시 겉보기로는 차분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북한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곳인 만큼 심상찮은 분위기도 느껴졌다. 주민들은 전날부터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고 전했다.
북한 무역상들이 많이 묵는 Y호텔에는 19일 오전부터 북한 투숙객들이 줄줄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뉴스를 통해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였다. 이 호텔 종업원은 "지난 가을부터 단둥으로 넘어오는 북한 무역상들이나 관료들이 많아 방이 모자랐는데 아침부터 방을 빼는 이들이 갑자기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날 오전까지 대다수 북한 사람들이 이 곳에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내에 위치한 일부 북한식당과 대남 경제협력 공식창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단둥 사무소에는 북한 주민과 중국인 조문객을 위한 임시 분향소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하루 이 곳을 찾은 조문인파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단둥을 빠져나가는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조문을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귀국길에 조화를 사서 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에는 29일까지인 애도기간 동안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는 말을 남긴 이도 있었다.
| ▲ 20일 자정께 단둥에서 본 압록강 단교와 철교의 적막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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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소식에 화물 운송이 차질을 빚는 모습도 목격됐다. 소식통은 "점심 무렵 북한에서 넘어온 트럭 몇 대가 물건을 하역하지 않고 급히 돌아갔다"고 말했다. 귀국하는 북한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현지 중국인 무역상들은 당분간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북한 내 고위급이나 부유층 일부 인사들이 체제 전환기의 불안을 잠시 피해 단둥이나 옌지(延吉) 등 중국 접경지역으로 빠져나오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사람들이 확인되지 않았고, 이를 포함해 탈북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도 아닌듯 하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밤 호텔을 빠져나오던 30~40대 북한 주민 5명은 입구에서 맞닥뜨린 취재진을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훑어살폈다. 이들은 길 건너편 어둠 속으로 발을 옮기면서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몇 차례나 취재진을 뒤돌아 보는 등 불안하고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