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트리플 악재 직면..인텔 실적·금리·유가

by하정민 기자
2006.04.16 13:00:00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고금리와 고유가 역풍에서 고전하고 있는 뉴욕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1분기 어닝시즌을 맞이한다.

이번 주에는 세계 최대 내노라하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 기술주 진영에서는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을 필두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빅 블루` IBM, 애플 컴퓨터, 인터넷의 양대 강자인 구글과 야후, 이베이, 모토로라 등 대표 기술주들이 분기 성적표와 향후 전망을 공개한다.

금융 거물 씨티, BOA, JP모건체이스, 메릴린치, 와코비아 등도 실적을 발표한다. 굴뚝 종목에서는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화이자, 존슨앤존슨(J&J), 머크, 알트리아, 3M, 하니웰 등이 성적표를 내놓는다.

경제지표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지표인 3월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가 발표된다. 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발표되고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의 연설도 여럿 대기하고 있다.

이중 인텔의 실적 발표는 어닝시즌의 최대 이벤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전망은 좋지 않다. 최근 몇 분기 동안 실망스런 실적을 내놓았던 인텔이 다시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분기 수익 35% 급감할 것이며, 2분기 이후 실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마저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경우 투자 심리가 냉각될 것이 분명하다. 고유가 여파로 물가 지표도 상승이 예상되는 데다, 미국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4년만에 5% 돌파하는 등 고금리 우려도 높다. 이 외 70달러에 육박한 유가가 사상최고치를 넘보고 있는 등 월가가 실적 악화-고유가-고금리라는 트리플 악재에 갇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

◆인텔, 1분기 수익 35% 감소 예상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19일 실적을 발표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라이벌 AMD로부터 맹 추격을 받고 있는 인텔의 시장 점유율과 마진이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인텔은 지난 달 1분기 매출이 월가 예상을 밑돌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로이터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인텔의 1분기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22센트로 지난해 같은기간 34센트에 비해 35% 감소할 전망이다. 매출 전망치도 전년동기비 91억달러에서 6% 줄어든 88억7000만달러다.

현재 인텔을 괴롭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재고를 줄이는 것. 인텔은 최근 재고 소진을 위해 공격적인 가격 하락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하락이 상당한 출혈을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많다.

씽크 에쿼티 파트너스의 에릭 로스 애널리스트는 "AMD가 우수한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자, 인텔도 가격 하락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가격 인하가 인텔의 시장 점유율 회복을 보장해 줄 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AMD의 추가 점유율 확대를 막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크레디 스위스의 마이클 마스디어 애널리스트는 "인텔의 현 주가 자체는 합리적인 수준이지만 올해 하반기에도 IT 업계의 가격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씨티-구글-야후-GM도 주목

한 주의 첫 날인 17일에는 세계 최대 금융회사 씨티그룹(C)이 실적을 발표한다. 톰슨 퍼스트콜이 집계한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1.02달러, 매출 전망치는 232억달러다.



화요일인 18일에는 인터넷 거인 야후,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세계 2위 휴대폰업체 모토로라가 실적을 발표한다.

야후의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동기비 14% 감소한 11센트다.

톰슨 퍼스트콜이 집계한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32센트, 매출 전망치는 32억8700만달러다. 인텔과 TI 외에도 이번주 반도체 진영에서는 브로드컴, 프리스케일, PMC 시에라 등도 실적을 발표한다.

19일은 이번 주 어닝시즌의 하이라이트. 인텔 외에도 애플컴퓨터와 이베이가 실적을 발표한다.

아이팟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애플은 다른 기술주보다는 형편이 낫다. 애플의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43센트로 지난해 같은기간 34센트보다 높다. 그러나 애플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워낙 높아 이 정도로 호응을 이끌어낼 지는 미지수다. 이미 애플 주가는 올들어 4.5% 하락했다.

20일에는 구글이 나선다. 구글의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동기비 53% 증가한 1.97달러다.

이 외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GM은 40센트 손실이, 포드는 25센트의 이익이 예상된다.

◆물가 지표 주목..버냉키 연설도 예정

이번 주에는 눈여겨 볼 경제지표도 많다. 17일에는 뉴욕 제조업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4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나온다.

18일에는 3월 생산자물가(PPI)가 발표된다. 예상치는 0.4%로 2월 1.4% 감소에서 큰 폭 상승했을 전망이다. 근원 PPI 예상치는 0.2%, 전월 0.3%보다 조금 둔화됐을 전망이다.

이날 3월 주택착공과 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공개된다.

19일에는 3월 소비자물가(CPI)가 나온다. 예상치는 0.3%으로 2월 0.1%보다 높다. 3월 근원 CPI도 한 달 전 0.1%에서 0.2%로 올랐을 전망이다.

20일에는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3월 컨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 4월 필라델피아 연준 제조업 지수 등이 발표된다.

20일에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LA에서 미국 경제 현황에 대해 연설한다. 이 외 시카고 연방은행의 마이클 모스코우 총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자넷 옐런 총재의 연설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