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1Q 경영실적 `경고`‥왜?
by김병수 기자
2005.05.04 06:36:43
"더 이상 충당금전입 기대 어렵다"
"이자이익 줄고 리스크헤지도 수준이하"
[edaily 김병수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1분기 실적에 대해 경고등을 켰다. 은행들의 `당기순익이 크게 증가했다`는 1분기 IR의 내용들을 정면에서 뒤집은 것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크게 봐서 충당금 적립부담이 완화된 것은 좋은 사인이기는 하지만 올해 1분기의 이익중 대부분이 충당금전입액 감소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당기순익 2조7559억원 중 무려 2조365억원이 이로 인한 것이다.
영업외이익도 크게 증가했으나 지분법 평가이익과 LG카드 출자 등에 따른 유가증권 처분이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이자이익은 감소했고 채권금리 예상은 틀려 유가증권 단기매매에서는 크게 손실을 봤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증가하고, 기존에 인식한 이연법인세차 감소에 따른 법인세 비용은 증가하는 등 내용적으로는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금감원의 분석이다.
(표) 국내 은행 수익구조(잠정)
◇ "충당금전입률 이미 우수한 상황"
금감원이 우선 주목하는 점은 충당금 전입률이다. 충당금 전입률은 대출자산중 비용처리된 규모를 비율로 환산한 것이다. 대출자산중 대손상각비가 어느 정도인가를 판단하는 지표다.
충당금 전입률을 연환산으로 하면 미국은 0.53%(2004년말) 수준이다. 국내 은행의 이 비율은 0.62% 정도다. 2003년도에 국내 은행들의 충당금 전입률 연환산비율은 2% 수준이었다. 대출자산중 대손상각 등으로 완전히 비용처리한 비율이 2% 수준에서 미국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충당금 전입률이 대략 0.5~0.8% 수준이면 매우 우수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미 우수한 상황에 들어선 만큼 이 비율을 더 이상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다시 말하면, 주요 선진국의 자산건전성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충당금을 통한 손익개선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표) 최근 5년간 충당금전입 및 당기순익 추이
올해 1분기의 경우 당기순익 2조7559억원 중 무려 2조365억원이 충당금 전입액의 감소에 따른 것이다. 이 규모만큼 고스란히 당기순익에 영향을 줬다.
즉, 외형적으로 올해 1분기에 은행권의 당기순익은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앞으로 이 같은 충당금부담이 완화됨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당연히 당기순익 추세는 하락쪽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분기중 충당금 순전입액이 크게 감소한 반면 기업 회생에 따른 환입도 늘었다. 작년 1분기의 경우 LG카드로 인해 3677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으나 올해 1분기에는 SK네트웍스에서 885억원, LG카드에서 539억원의 환입이 이뤄졌다.
나머지 지표들도 좋은 사인만은 아니다. 금감원은 영업외이익이 3188억원 증가했는데, 이도 충당금 부담 완화와 유사한 성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영업외이익중 투자유가증권관련 평가·처분이익이 총 4245억원이 증가했다. 이중 지분법 평가이익이 1284억원, LG카드 출자 등에 따른 유가증권처분이익이 1980억원으로 총 3264억원이 증가했다.
◇ "저금리·은행간 경쟁격화로 이자이익 감소"
정부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손해도 봤다.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이자수익이 9876억원 감소한 반면 이자비용은 657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쳐 3305억원의 이자이익이 감소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5.0% 감소한 수치다.
국고채 3년물의 작년 1분기 평균수익률은 4.75%였으나 올해 1분기는 4.04%로 떨어진 결과다.
일부 저금리 기조가 다소 완화된다고 하더라도 은행간 경쟁격화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의 기본 수익원인 예대금리차를 이용한 수익확보가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진출 등에 따른 은행간 경쟁 격화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 "채권금리 예측 실패로 유가증권 매매서 2768억 감소"
비이자부문 이익 감소도 심상치 않은 대목이다. 비이자부문 이익은 각종 수수료와 유가증권관련으로 구성되는데, 올해 1분기의 경우 유가증권 매매에서 낭패를 봤다.
유가증권매매에서 은행들은 지난해 1분기에 3156억원의 이익을 올렸으나 올해는 388억원에 그쳐 2768억원이 감소했다.
김중회 부원장은 "올해 1분기에 은행들은 금리하락기조를 예측하고 채권을 매입(롱 포지션)했으나, 국고채 3년물의 경우 작년말 3.28% 수준에서 올해 3월말 3.91%로 오히려 올라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유가증권 매매라는 것이 예측에 따라 이익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금리 예측수준은 낮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손절매 등 리스크 헤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의 반증하이기도 하다.
수수료관련 이익도 금감원의 분석대로라면 줄었다. 지난해 1분기 8202억원의 수수료 관련 수익을 올렸으나 올해는 8044억원으로 158억원이 감소했다.(☞금감원 "은행 수수료이익 회계분류 다시해라" 기사 참고)
방카슈랑스 등 업무대행 수수료 이익은 증가했으나, 복권판매 수수료 등 기타 수수료 수입의 정체로 총수수료수입은 감소했다. 국내 은행들의 외환·파생이익도 전년 동기대비 120억원(3437억원→3337억원)이 줄었다.
비이자이익 중에서는 신탁관련 이익만이 지난해 1분기 1649억원에서 올해 1분기 2419억원으로 770억원 늘었다. 그러나 이것도 엄밀한 의미에서 신탁부문의 이익이 증가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금감원은 "신탁관련 이익에는 우리은행의 쌍용자동차(276억원), 동아건설(363억원) 등 개발신탁의 부실자산 회수로 인한 증가분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종합적으로는 비이자무문 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5446억원에서 올해 1조2942억원으로 2504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판매비와 관리비는 3539억원이 증가했고, 기존에 인식한 이연법인세차 감소에 따른 법인세 비용은 3739억원이 증가했다. 경쟁격화에 따른 비용은 늘고 곶감 빼먹듯 빼먹고 있는 법인세 절감효과도 앞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