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6.04 05:00:00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4~5일 이틀간 서울과 일산(경기 고양시)에서 열린다. 아프리카연합(AU)에 속한 55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가 초청한 48개국이 모두 참석한다. 이 중 25개국에선 국가원수가 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다자 정상회의다.
한국와 아프리카를 잇는 끈은 아직 미약하다. 아프리카가 우리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총 14억 명, 특히 30세 이하 젊은층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젊은 대륙이다. 백금, 망간, 코발트, 리튬 등 핵심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국제무대에서 행사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은 아프리카를 경시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반면 강대국들은 아프리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를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의 주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 외교부장은 매년 첫 해외 방문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게 전통이 됐다. 이에 미국과 일본은 맞대응 전략을 짜느라 부심하고 있다.
우리도 아프리카를 마냥 외면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출범한 한·아프리카 포럼이 다섯 차례 열렸다. 2006년 1차 포럼엔 25개국이 참석했고, 5개국 정상이 서울에 왔다. 하지만 2022년 3월에 열린 5차 포럼엔 10개국이 참석했고, 그나마 3개국만 장관급 참석자를 보냈을 뿐이다. 한국과 아프리카는 과거 식민지배, 내전, 가난 등 공통점이 많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압축성장을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은 도로·공항·항만·통신 등 인프라와 스마트시티,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프리카에 손을 내밀 수 있다.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계심을 품을 필요가 없다는 점도 우리가 가진 장점이다.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는 우리의 경제 영토와 외교 지평을 넓힐 절호의 기회다. 무엇보다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향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주요국 정상들의 참석도 유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아프리카 외교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