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8.24 05:00:00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의 ‘빚투’ 광풍이 거세지면서 가계 빚 위험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고수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빚을 낸 투자가 급증한 탓에 금리 인상·자산 가격 급락 등 충격이 닥칠 경우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금융 시스템도 요동칠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증거가 2분기 말 사상 최대치를 찍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이달 17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증권사들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말 주담대 잔액은 1031조 2000억원으로 1분기말보다 14조 1000억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1853조 3000억원에서 1862조 8000억원으로 9조 5000억원 불어난 전체 가계 신용 잔액의 증가 속도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더 걱정되는 것은 추세다. 가계 신용이 지난해 말 1867조 6000억원에서 1분기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시 늘어난 것과 달리 주담대는 계속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해 말 잔액 1012조 6000억원에 비하면 올 6개월 간 모두 18조 6000억원 늘었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탄데다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등 호재가 될 정책이 이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3분기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신용거래 융자는 금융 당국의 잇단 경고와 증시 침체 속에서도 잔액이 20조 5000억원 안팎에 달한다는 점에서 특히 심각하다. 2차 전지, 초전도체 열풍을 틈탄 테마주 광풍이 레버리지(빚투)증가, 단타 매매 등을 부추기면서 많은 이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지만 허위 풍문 등 시장 교란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음을 고려하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빚투의 폐해는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다. 금리 인상과 이로 인한 경기 급랭, 자산 가격 하락 등의 변수가 한꺼번에 맞물리면 개인은 물론 국가 전체도 엄청난 후폭풍 속으로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다. 한국의 국내 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로 주요 43개국 중 세 번째였다. 빚 부담이 개인과 나라 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무리한 빚투가 계속되고 정부가 이를 방조, 묵인만 한다면 미래 고통은 치유가 불가능할 정도로 클 수도 있다. 경고와 주의만이 대책의 전부인지 정부와 금융 당국은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