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특명에…KB증권 PB 10명 중 9.5명 채권 팔았다

by김보겸 기자
2023.02.10 05:35:00

채권판매 유경험 PB, 61%→94%
리테일채권판매, 전년대비 73% 늘어
증권사 숙원사업 WM 확대 '성큼'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채권 판매 역량을 강화하라.”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지난해 내린 특명이다. 고객들을 가장 가까이 만나면서 그들이 원하는 투자상품을 제시하는 프라이빗 뱅커(PB)들에게 채권 판매 경험을 확대하라는 취지다.

박정림 KB증권 사장. (사진=KB증권)
성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 PB 10명 중 9.5명은 지난해 채권을 판매한 경험이 있다. 전년 61% 에서 급증한 수준이다. 채권상품부 내부에선 “영업일수보다도 더 많이 PB들을 위한 채권 교육 세미나를 나갔을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의 오랜 숙원이었던 자산관리(WM) 부문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증권사의 수익원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과 펀드나 채권 및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등 WM 부문 등으로 구성되는데, 보통 브로커 수익이 주를 차지했다. 하지만 직접 고객을 핸들링하며 얻는 브로커 수익은 온라인과 모바일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KB증권은 현대증권과 합병한 2016년부터 WM자산의 성장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6년째 WM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 왔지만 쉽진 않았다. 하지만 금리인상기를 맞아 채권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WM 키우기 가능성을 확인한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WM상품자산은 44조5000억원으로 전년(39조5000억원) 대비 5조원 늘었다. 채권과 발행어음 중심으로 WM 부문에서 수익을 낸 결과다. 리테일채권 판매는 16조5000억원으로 전년(9조5000억원) 대비 73% 늘었다. 특히 작년 7월부터 9월에는 채권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120% 늘었다.



특히 국고채 판매가 유의미하게 늘었다. 주식이고 채권이고 할 것 없이 모든 금융상품 수익률이 내리막을 걸을 때 가장 안전한 자산인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에 눈을 돌리면서다. 정상구 KB증권 강남스타PB센터 부지점장은 “기관이나 연기금 위주이던 국고채 시장에서 개인의 스마트 머니를 많이 이끌어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PB 역량 강화도 채권 판매 증가에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정 부지점장은 “처음에 채권 투자를 은행 예금과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이던 고객들에게 만기매칭뿐 아니라 중간 트레이딩을 통해 추가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부분을 설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증권사=주식’ 공식에도 금이 가는 모습이다. 작년 한 해 채권상품부장을 맡았던 김성현 KB증권 상무는 “올해는 증권사에서 채권으로도 내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한 해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채권 이후 다음 상품에 대한 고민도 치열하다. 하지만 당분간은 채권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올 1월 KB증권 리테일채권 판매량은 1조8000억원으로 2조원 가까운 규모를 기록했다. 작년 한 해 동안 16조5000억원을 팔았지만 8분의 1가량을 한 달만에 판 것이다. 이는 전년 동기 1조1000억원보다도 늘어난 수준이다.

KB증권 측은 “주식투자와 같이 개인 자산 관리의 한 축으로 채권투자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2~3% 수준의 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채권은 의미 있는 투자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