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만 허위공시? 코스닥은 '한달에 4번' 관행됐다

by김응태 기자
2022.12.29 05:30:00

올해 코스닥 불성실공시건수 47건…코스피 2배
코스닥 ''공시번복'', 코스피 ''공시불이행'' 최다
2회 이상 허위공시 코스닥 업체 5곳
허위공시해도 처벌 수위·제재금 미약
경기침체시 허위공시 더 늘어날 수도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허위공시가 한 달에 약 4건꼴로 발생했다. 호재성 공시로 주가를 띄운 뒤 관련 내용을 변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본적으로 허위공시에 대한 처벌 수준이 솜방망이에 불과해 상장사들의 경각심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허위공시가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8일 김진표 국회의장실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불성실공시 위반 법인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코스닥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건수는 47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건수가 20건인 것에 비하면 2배 더 많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코스닥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줄었지만, 코스피 상장사는 증가하는 양상이다. 코스닥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건수는 지난 2019년 119건, 2020년 121건, 2021년 99건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장에선 2019년 14건, 2020년 15건, 2021년 18건 등을 기록했다.

올해 코스닥 시장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건수 47건의 유형을 분석하면 공시번복이 30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공시불이행 16건, 공시변경 1건 순이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공시불이행이 15건으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공시번복과 공시변경은 각각 4건, 1건으로 집계됐다.

한 기업이 여러 번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경우도 상당수였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2회 이상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업체가 5곳이나 됐다. 엘아이에스(138690)는 올해 11월까지 4번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가장 많았다. 지정 사유로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철회, 전환사채권 발행 결정 철회, 소송 판결 지연 공시 등이었다. 이외에 지티지웰니스(219750), 지나인제약(078650), 케어젠(214370), 싸이토젠(217330) 등도 올해만 2건의 공시 위반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선 비케이탑스(030790)가 횡령·배임혐의 발생 지연 공시, 소송 판결 미공시 등을 이유로 올해 3번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처럼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허위 공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코스닥시장 공시규정 제34조에 따르면 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따른 부과벌점이 8점 이상이거나, 공시위원회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5억원 이내에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폐지 법인을 제외하고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46건 중 벌금이 부과된 경우는 18건으로 절반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 허위공시를 통해 얻은 부당이득에 비해 제재금액은 ‘새 발의 피’ 수준이어서, 이를 기업이 악용할 수 있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에디슨모터스 먹튀’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검찰은 에디슨모터스의 관계사인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136510))의 주가를 허위 공시로 띄워 16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에디슨EV 관계자 등을 기소했다.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 관계사인 에디슨EV를 통해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을 진행할 것처럼 허위공시 했다는 게 근거다. 실제 에디슨EV 대주주들은 인수·합병(M&A) 투자계약 체결 및 유상증자 발행 공시를 낸 후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 지분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 다음 공시를 철회했다. 거래소 측이 이에 대해 부과한 허위공시 제재금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4건, 8건의 공시번복을 합해 총 1억2800만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제재금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개인투자자가 사법 절차를 통해 소송을 청구하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공시 제도를 악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거래소 측은 이에 대해 “제재금은 공시 자체에 대해 물리는 것이고 부당이득은 자본시장법에 의거에 최종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거래 관련 제재 수위가 가상화폐 시장에 비해 약하다는 시선도 있다. 위메이드(112040)의 가상화폐 ‘위믹스’는 지난달 24일 유통량 허위 공시로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10월27일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지 약 1달 만이다. 이와 달리 코스닥 상장사들은 최근 1년간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이거나, 2년간 3회 이상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야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허위공시 문제가 확산할 수 있는 만큼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래도 부적절하게 공시가 이뤄지지 않거나 허위로 공시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경기나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국면에서 불공정 공시에 대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불성실공시법의 부당 사례와 처벌 수준을 비교해보면 제재 수준을 높이는 건 충분히 검토할 만한 방향성”이라며 “다만 공적인 규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법 체계가 발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