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장례식서 '신난' 이은해…"깔깔대며 폰 게임 하더라"
by이선영 기자
2022.04.24 09:25:34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 씨가 피해자인 남편 故윤모 씨의 장례식장에서 휴대전화 게임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배우자상을 당한 사람의 모습으로는 보기 어려운 행동이다. 또 이씨는 윤씨의 장례식을 치른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내연남이자 공범인 조현수(30) 씨와 해외여행까지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SBS는 경찰의 수사 결과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윤 씨의 장례식장에 참석한 사람들이 상주였던 이씨의 행동을 묘사한 내용이 담겼다.
장례식장에 방문했던 윤 씨 지인은 “이씨와 여성 2명이 장례식장 근처에서 웃고 떠드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다른 지인은 “이씨가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휴대전화 게임을 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이은해가 장례식 뒤 잇따라 해외 여행을 다녀온 구체적인 내용도 드러났다. 윤 씨의 사고 당일로부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2019년 7월 28일 이씨와 조씨는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어 8월 21일엔 베트남, 보름 뒤인 9월 7일엔 홍콩 여행을 갔고 필리핀, 마카오 등 이듬해인 2020년 2월까지 짧게는 2박3일에서 길게는 18박19일까지 두 사람은 총 10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경찰은 이런 행동들이 배우자상을 당한 사람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수사 기록에 적시했다.
또 보고서엔 이은해가 사건 당일 상황에 대한 진술을 계속 바꾼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이은해는 1차 조사에서 윤 씨가 계곡에서 다이빙한 직후 조씨가 물속에 들어가서 찾았다며 정상적인 구호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두 번째 조사에서는 ‘조 씨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서 찾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바꾸더니 그 이후에도 ‘조 씨가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보지 못했다’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진술을 수시로 바꿨다.
앞서 이은해는 지난 2019년6월 친구들과 가평계곡으로 여행가며 윤 씨를 불러냈고, 수심 6m의 깊은 웅덩이가 있는 계곡에서 캄캄한 밤 다이빙 대결을 시켰다.
공범 조현수 등이 먼저 뛰어들고 수영을 못하는 윤 씨가 망설이자 이은해는 “오빠가 안 뛰면 내가 뛴다”라고 말했고, 이은해를 위해 물에 뛰어든 윤 씨는 물 속에서 익사했다.
검찰수사가 좁혀오자 4개월여간 도피행각을 벌인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 19일 구속됐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당시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보고 이른바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2019년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 22층에서 경찰에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