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이계 존재를 보는 소녀… ‘심령탐정 소피’

by김정유 기자
2019.10.26 06:00:00

‘초이락 유니버스’ 한축 담당하는 순정만화
‘소피루비’ IP 통한 웹툰, 성인용으로 진화
심령물과 로맨스의 결합, 여성향 작품 인기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한 마블의 ‘어벤져스’. 마블은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 각각의 히어로(영웅)들을 주제로 한 만화와 영화를 만들어왔다. 각자의 히어로가 하나의 세계관에서 만나 악을 무찌르는 내용은 전 세계에 많은 팬들을 양산케 했다. 이른바 ‘마블 유니버스’다. 이같은 유니버스의 개념은 미국 DC코믹스의 슈퍼맨과 배트맨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스토리를 연계·파생시키고 동시에 아우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파급력이 크다.

이런 유니버스의 구축은 국내 만화계에도 최근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는 물론 웹툰기획사 와이랩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유아동들을 사로잡은 콘텐츠를 대서 양산해 낸 초이락컨텐츠팩토리도 최근 이같은 흐름에 합류했다. 초이락은 ‘터닝메카드’, ‘소피루비’, ‘카봇’ 등 다양한 지적재산권(IP)를 무기로 유아동용 콘텐츠 시장을 이끌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초이락이 구축 중인 ‘초이락 유니버스’는 지난해 ‘메카드’로 시작해 소피루비 IP를 이용한 ‘심령탐정 소피’까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심령탐정 소피’는 이계 존재(귀신 또는 유령)들이 모습을 감춘 채 인간과 섞여 살아가고 있다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루비는 ‘소피’라는 예명을 갖고 심령탐정으로 활동한다. 루비와 함께 짝을 이루는 건 옛 소꿉친구이자 ‘애증’(?)의 관계인 국제변호사 스피넬이다. 웹툰은 스피넬이 루비에게 동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된다.



이 웹툰은 사건별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개된다. 첫 에피소드는 아이돌 가수 판넬을 잠식한 이계 존재를 해치우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1회성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판넬은 스피넬, 루비와 묘한 삼각관계를 이루면서 스토리의 한축을 장식한다. 일반적인 전개는 동일 장르의 타 작품들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사건이 발생하면 해결하고 또 배후가 등장하는 식이다. 특이할만한 점은 기존 소피루비 IP를 통해 애니메이션이나 완구에서 만날 수 있는 캐릭터들을 ‘성인화’된 버전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콘텐츠들이 유아동용에 그쳤다면 ‘심령탐정 소피’에선 이같은 범위를 성인용으로까지 넓혔다는 게 의미가 있다. 이 웹툰에선 로맨스가 한축을 이룰 정도로 순정만화의 기본 골자도 갖고 있다.

‘심령탐정 소피’는 초이락이 초이락 유니버스 1호로 만든 ‘메카드’와 연결된다. 유니버스를 구축하기 위한 초이락 측의 설정이 웹툰 곳곳에서 보인다. 유아동용 콘텐츠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시도인만큼 실제 웹툰을 보면 기존의 애니메이션이 크게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완구나 애니메이션을 먼저 알았던 성인들의 편견도 어느 정도는 사라질 듯하다. 다만 웹툰을 처음 보다보면 몰입도가 다소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예컨대 너무 길게 묘사되는 이계 존재들과의 싸움이라든지) 초반의 접근도가 높지 않다는 점은 옥의 티다. 그렇지만 다양한 IP를 보유한 초이락이 애니메이션, 완구에 이어 웹툰을 통해서도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메카드’, ‘심령탐정 루비’에 이어 ‘카봇’과 같은 IP의 추가 웹툰 계획도 있는만큼 좀 더 다듬어진 세계관 구축이 기대된다.

초이락 관계자는 “‘심령탐정 소피’는 40대 여성, 10대 여성 순으로 구독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소피, 스피넬, 펜넬, 샤드 등 ‘소피루비’의 핵심 주인공이 등장하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는 심령 판타지 이야기가 중년과 젊은 여성에게 동시에 어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그림=초이락컨텐츠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