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사법농단 증언한 판사 80명…법정서나?

by한광범 기자
2018.11.18 01:56:50

조서 증거동의 여부에 달려…다수 동의 안할듯
'檢조사' 판사 80명↑…수십명 증인출석 가능성
침묵 깨고 법정서 방어권 총동원 적극변론 예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손사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사법농단 핵심 키맨으로 평가받는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소됨에 따라 향후 재판에 현직 판사들이 대거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는 임 전 차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임 전 차장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공소장 열람 등을 마친 후 조만간 공판 절차 준비를 위한 공판준비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다음 달 초나 중순께 처음 열릴 것으로 보이는 공판준비기일에선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이 향후 공판에서의 심리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이 같은 심리 방향 결정의 전제 조건은 검찰의 증거기록 교부다. 변호인은 검찰로부터 증거기록을 열람·복사해 이를 기초로 방어전략을 짜게 된다. 검찰 증거기록에는 물증 외에도 참고인들의 검찰 진술조서 등이 포함된다.

임 전 차장 사건의 경우 법원행정처 등에서 작성된 문건과 함께 행정처에서 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따랐던 판사들의 검찰 진술조서(혹은 피의자신문조서)가 다수 포함돼 있다.

방어전략의 기본은 불리한 내용의 진술조서의 경우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진술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 검찰은 해당 조서의 진술자인 참고인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 임 전 차장이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은 진술조서 수 만큼의 판사들이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해 “80명가량의 판사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이 사법농단 의혹 대부분에 이름을 걸친 점을 고려하면 임 전 차장 선택에 따라 이들 판사들 중 다수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될 수 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사법농단 문건들에 대해 “심의관들이 알아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작성했다“는 판사들의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아울러 구속영장청구서 내용 유출 혐의 등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임 전 차장이 다수 판사들을 증인석에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은 이번 사태가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임 전 차장이 그동안의 주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다수 판사들이 법정에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처 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사법농단 문건을 작성한 판사들부터 직간접적으로 사법농단과 연루된 고위 법관 다수가 여기 해당된다. 이 경우 피고인석에 앉은 임 전 차장과 증인석에 앉은 판사들 간 진실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구속 이후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던 임 전 차장은 재판에서 적극적인 변론을 예고한 상태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인 황정근 변호사(소백)는 지난달 임 전 차장 구속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법행정권의 일탈ㆍ남용일지언정 법리상 직권남용죄의 성립에는 의문이 있다“고 밝혀 추후 치열한 법정 혈투를 예고했다.

더욱이 검찰이 사법농단 관련해 임 전 차장의 윗선으로 보고 있는 법원행정처장 출신 전직 대법관들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법정에 증인으로 불려 나올 수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구속 후 전직 대법관들을 잇따라 소환하며 윗선으로 수사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들의 진술이 임 전 차장의 주장과 배치될 경우 추후 사법농단 재판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최고위층 간의 진실공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