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뜨는 상권 '표준임대료' 공지…둥지내몰림 방지 추진

by정병묵 기자
2018.07.11 05:10:00

"월세 급등 억제 효과 있을 것"
주요지역 상권 조사해 연내 공표키로
법 개정 시간 걸려..임차인 보호조치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서울시가 상가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피해 방지를 위해 주요 상권별 표준임대료를 조사해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서울 서촌 ‘궁중족발’ 사건으로 관련 법인 상가임대차보호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법 개정과 별도로 지방자치단체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먼저 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서울 주요 지역 상권 표준임대료(가칭)를 조사해 이르면 연내 공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가령 서울 홍대 상권 임대료 표준이 얼마인지를 조사, 발표 후 해당 권역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을 맺을 때 참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상권의 표준임대료를 투명하게 조사해 발표하면 임대인(상가건물 주인)들이 무분별하게 월세를 올리지 못하도록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인식 전환을 통해 피해를 최소한 줄여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주요 상권에서는 날로 급등하는 임대료와 권리금을 감당하지 못해 장사를 잘하다 쫓겨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5~2018년 1분기) 서울 소규모 상가 평균임대료는 13.1% 뛰었다. 지난 4월 보증금의 증액 청구 한도를 9% 이하에서 5% 이하로 내린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서촌·홍대·성수동 등 소위 ‘뜨는’ 상권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이달 초 서촌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던 세입자가 임대료를 둘러싸고 새 건물주와 갈등을 빚던 와중에 건물주를 폭행해 구속된 ‘궁중족발’ 사건이 터지면서 상가 임대차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궁중족발의 새 건물주는 월세를 기존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보증금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각각 3배나 올렸지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 요구권이 5년으로 돼 있어 세입자는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 여당은 상가 계약갱신권 기간을 10년으로 확대,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월 임대료 인상 상한선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국회 통과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젠트리피케이션 피해가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임대료 급등 억지책을 마련한 것이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추진,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을 운영해 왔으나 지자체의 권한이 크지 않아 한계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임대료만 잡는다고 소상공인 보호를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임대료를 내리더라도 임대인이 권리금을 통해 임차인을 압박할 수 있다”며 “권리금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