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5.12.07 03:00:01
우려했던 ‘12.5 제2차 민중총궐기’가 물리적 충돌 없이 비교적 평화롭게 끝나 다행이다. 지난달 14일의 1차 총궐기 당시 서울 심장부인 광화문을 ‘폭력과 불법의 해방구’로 만든 쇠파이프, 쇠망치, 각목은 꽃과 촛불, 인간띠에 자리를 내줬고 공권력이 폭력 시위에 맞서 내세웠던 차벽과 살수차도 모습을 감췄다. 관심은 이제 평화 시위 문화가 이 땅에 뿌리내릴 것인가에 쏠린다.
폭력을 쫓아낸 일등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의 시선이다. 국민은 지난번 시위 실황을 TV 생중계로 낱낱이 지켜보며 복면 시위대의 무자비한 폭력에 치를 떨었고 무기력한 공권력에 혀를 찼다. 이에 따라 과잉 진압 때문에 폭력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은 백일하에 허구로 드러났다. 집회 주최 측도 전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하는 마당에 폭력 노선을 더 이상 고수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게다.
하지만 여론의 세불리를 의식한 일시적 전술 후퇴인지, 아니면 앞으로 모든 시위를 평화적 집회로 열려는 근본적 전략 수정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민주노총이 오는 19일의 3차 민중총궐기를 예고하며 “세상을 뒤집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전략 수정은 아닌 모양이다. 다만 ‘폭력이 시위 본질을 가린다’는 문제의식이 힘을 얻는다면 상황이 달리 전개될지도 모른다. 민노총은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무마하려고 정치투쟁에 몰두한다는 일각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차제에 폭력 노선을 깨끗이 버려야 한다. 그 첫 수순은 한상균 위원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지난번 폭력 사태 책임을 지고 자수하는 것이다.
아무리 정권에 반대하는 게 일이라지만 야당도 반정부 폭력 투쟁을 부추겨선 결코 안 된다. 현 정부가 독재정권이므로 폭력 시위가 되살아났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이 아니라 정정당당한 정책 대결로 표심을 얻는 게 바람직하다. 전통적 표밭이라고 해서 극소수 강경 노조를 무조건 지지했다간 내년 총선이나 내후년 대선을 기약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야당이 ‘경제 살리기’는 도외시한 채 강경 노조와 발 맞추는 모습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등을 돌리지 않도록 책임감있게 처신하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