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버번을 찾아서]①위스키 향내 따라가니 美역사 보이네
by김혜미 기자
2015.09.05 04:01:01
마운트버논 증류소, 18세기 조지 워싱턴 시절 재현
버번 트레일, 와일드 터키 등 9개 증류소 견학·체험
[마운트버논·루이빌=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켄터키’보다 더 미국적인 지역이 있을까.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전통적인 농경지역으로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태어난 곳이자 컨트리 음악의 본고장, 미국의 경마 레이스가 처음 시작되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친숙한 것은 프라이드 치킨과 아메리칸 위스키일 것이다.
바람 한 점 없이 뜨거운 햇빛속에 아메리칸 위스키 흔적을 찾아 지난달 뉴욕에서 버지니아행 기차에 올랐다. 창 밖으로 펼쳐진 녹음을 즐기며 두 시간쯤 지났을까. 어느덧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차량을 타고 40분쯤 달리니 백악관에서 약 27㎞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마운트버논 증류소가 보였다.
나무 장작으로 둘러싸인 입구에 들어서니 습한 공기 속에서 진한 오크향과 알코올향이 코 끝을 스친다. 숨만 쉬어도 살짝 술 기운이 오를 것 같은 공간 속에서 전통 복장을 입은 남성 두 명이 커다란 오크통을 중앙에 두고 번갈아가며 반죽을 휘젓고 있다. 한번 저을 때마다 최소 4시간에서 최대 6시간까지 걸린다. 걸죽해진 반죽을 한 번 저어보겠느냐는 한 남성 제의에 무거운 나무 막대를 못이긴 채 잡아봤다. 생각보다 많이 무겁다.
| 마운트버논 증류소에서 두 명의 남성이 옥수수와 호밀가루, 물 등을 수작업으로 뒤섞고 있다.(사진 : 김혜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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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위스키의 흔적을 마운트버논 증류소에서부터 찾은 것은 바로 미국에서 처음 상업적으로 운영한 증류소이기 때문이다. 마운트버논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출신이었던 제임스 앤더슨의 제안으로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건설했다. 사업이 크게 성공하면서 워싱턴 대통령의 소득은 두 배로 늘었고 관리인이었던 앤더슨은 아메리칸 위스키 역사에 크게 영향을 미친 스코틀랜드인 중 한 명이 됐다.
| 마운트 버논 증류소 외관.(사진 : 김혜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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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지난 18세기 불타 사라진 예전 증류소의 모습을 재현한 것은 물론 전통 제조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위스키 제조는 보통 발효와 증류, 저장, 숙성, 라벨링, 병입, 포장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 마운트버논에서는 전기가 없었던 옛날 방식을 재현하기 위해 지역에서 재배된 곡물을 수동으로 갈아 뜨거운 물과 함께 휘저어 발효시키는 방법을 지키고 있다. 이 과정이 일년에 두 차례, 3주에 걸쳐 진행된다. 물을 끓이거나 증류를 할 때도 나무장작을 이용해 불을 땐다.
마운트버논에서는 호밀(라이) 함량이 60%, 옥수수 35%, 보리 5%의 비율로 배합된 라이 위스키를 주로 생산한다. 한때 1만1000갤론 이상 생산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연간 800갤론 정도를 생산한다. 라벨에는 아무 것도 없었던 옛날과 달리 조지 워싱턴 얼굴과 이름이 새겨져있는데 현지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마운트버논 증류소에서는 라이 위스키를 생산하지만 흔히 아메리칸 위스키는 ‘버번 위스키’로 통한다.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 함유량이 51% 이상이고 안쪽을 검게 태운 오크통에 80도 이하로 숙성시킨 위스키를 뜻한다. 옥수수 함유량이 높을수록 위스키는 단 맛이 강해지고 호밀 함량이 높을수록 좀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이 강해진다.
마운트버논에서 켄터키 루이빌까지 차량으로 약 9시간, 비행기로는 1시간45분이 걸린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짐 빔(Jim Beam)과 와일드 터키(Wild Turkey), 불릿(Bulleit) 등 9개 업체들이 켄터키 버번 트레일에 포함돼 있다. 루이빌에서 시작할 경우 불릿 또는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에서 시작해 렉싱턴에 있는 타운 브랜치(Town Branch)에서 끝난다. 각각의 증류소를 둘러보고 제품을 맛보려면 두 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다.
위스키 제조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제조법을 사용하지만 물과 옥수수, 호밀, 맥아 등 기타 곡물 첨가량과 각각의 제조법에 따라 맛과 향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대중적인 버번 위스키 가운데 하나인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는 지난 1956년 첫 제조와 같은 증류기, 같은 제조법으로 버번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메이커스 마크는 곡물을 빻고, 섞고, 정수된 물과 섞어 9600갤론 규모의 대형 나무통에서 사흘간 발효시킨 뒤 발효물을 두 번 걸쳐 증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숙성까지 약 4년의 시간이 걸린다.
독창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우드포드 리저브는 마스터 디스틸러인 크리스 모리스가 고안해 낸 제조법에 따라 곡물과 나무를 다루는데 다른 업체들과 달리 세 번 증류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드포드 리저브는 9개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증류소 견학을 진행했는데 그 때문인지 가장 독특하고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 메이커스 마크의 버번 위스키 제품들.(사진 : 김혜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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