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울린 메르스

by윤종성 기자
2015.07.16 05:30:08

도소매·음식·숙박업 타격
청년실업률 다시 10%대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동대문 쇼핑몰에서 악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이정희(39)씨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후 급감한 매출 장부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올초만 해도 5평 남짓되는 작은 가게에서 월 매출 2000만원 이상을 찍었던 그다. 하지만 메르스가 발생한 이후 가게 매출은 3분의 1토막이 났다. 메르스가 기승을 부렸던 6월 셋째 주에는 아예 매출 ‘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직원 2명을 두고 있는 이 씨는 “이런 상태에서 직원 고용은 사치”라고 말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촉발된 경제활동 위축이 생산·소비에 이어 고용시장마저 흔들었다. 고용 유발이 많은 도소매·음식·숙박업 등이 매출 감소로 일자리를 줄이면서 고용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이 치솟아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포세대(연예·결혼·출산 포기)로 대변되는 청년 고용시장에 충격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취업자수 증가 폭은 전월대비 5만명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월 기준으로는 2010년(31만4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숫자다. 그 동안 고용 증가세를 견인했던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고용 증가세가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숙박·음식업, 도매업 등은 경기에 따라 고용이 큰 편차를 보인다”면서 “메르스 여파로 경기가 위축되자 고용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 청년 고용이 많은 이들 업종에서 일자리가 4만개 정도 줄어든 여파는 고스란히 청년 고용시장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청년실업률(15~29세)은 10.2%를 기록해 1999년(11.3%· 6월 기준)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2월부터 석달간 10%대를 웃돌던 청년실업률은 5월 들어 9.3%로 낮아지면서 진정되는가 싶더니 ‘메르스 쇼크’로 한달 만에 다시 상승 반전된 것이다. 청년실업자는 1년 전보다 4만2000명이 늘어 45만명에 육박했다.

일시 휴직자의 수도 크게 늘어났다. 일주일간 1시간도 일하지 않았지만 취업 상태인 일시휴직자의 수는 36만9000명으로, 통계작성 이래 최대(6월 기준)를 기록한 것. 이 가운데 최소 6만명 정도는 메르스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