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폰, 티몬 판거 맞아?..단일 최대주주에 경영도 참여

by민재용 기자
2015.04.22 03:00:01

그루폰 41% 지분 확보로 영향력 여전해
신 대표 움직이면 그루폰 언제든 최대주주
5천억 지분 매각가 너무 높다는 평가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그루폰이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 지분 59%를 투자회사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앵커에퀴티파트너스(AEP)·신현성 티몬 대표가 구성한 컨소시엄에 매각했으나,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경영에도 참가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티몬을 공동으로 경영하기로 한 KKR과 AEP, 신 대표가 의견 충돌로 갈라설 경우 단일 최대주주인 그루폰이 언제든 경영 전면에 등장할 수 있어 그루폰이 티몬을 완전히 매각했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의 대주주가 그루폰에서 KKR, AEP, 신현성 대표가 꾸린 컨소시엄으로 변경됐다. KKR과 AEP의 티몬 지분율은 각각 23%이고 신 대표의 지분율은 13%다.

▲티몬 지분도
KKR 컨소시엄이 티몬의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여전히 티몬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는 그루폰이다.

그루폰은 티몬의 경영활동에도 참가한다. 티몬의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되는데 그루폰은 이중 1명을 자신의 인사로 추천할 수 있다. 나머지 6명의 이사는 KKR과 AEP, 신현성 대표가 각각 2인씩 추천한다.

그루폰 혼자서 경영하던 티몬에 KKR·AEP뿐 아니라 기존 대주주인 그루폰도 참가하는 집단 지도체제가 들어선 셈이다.

이에 따라 그루폰이 실제 티몬을 매각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로 올라선 KKR·AEP 컨소시엄에 신현성 현 티몬 대표도 참가해 티몬에 대한 그루폰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신 대표는 티몬 창업자지만 그루폰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에도 전문경영인을 맡아 왔다. 만약 신 대표가 컨소시엄과 결별하고 그루폰 측에 선다면 경영권은 다시 그루폰으로 넘어 올 수 있다.

그루폰이 티몬 지분 59%를 팔고도 계속해서 경영에 참가하는 것도 흔치 않는 일이다. 경영권을 사들인 매수자가 매도자의 경영 참여를 인정하면서까지 지분 50% 이상을 사들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분을 매각한 쪽에서야 경영 활동에 참가하고 싶어할 수는 있지만, 지분을 인수한 쪽이 이를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며 “지분 매각 시 양측이 어떠한 약속이나 계약을 맺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티몬 관계자는 “6명의 이사가 한 팀이고 1명의 이사가 다른 팀이면 1명의 이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그루폰이 이사진 1명을 추전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크게 의미를 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티몬의 매각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티몬은 그루폰과 KKR 컨소시엄이 티몬의 기업가치를 8600억원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매각된 지분 59%의 가치는 5000억원에 달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티몬의 재무제표상 기업가치는 제로에 가깝다. 기업 가치를 재무재표로만 평가할 수 없지만 4년째 자본잠식에 누적 영업적자가 2000억원을 넘는 기업의 가치를 8000억원대로 평가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티몬의 적자규모가 너무 커 실사 단계에서 인수를 포기했다”며 “현재 거론되는 가치는 너무 과대 평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KKR 컨소시엄은 인수와 동시에 유상증자를 통한 추가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티몬 관계자는 “KKR 컨소시엄의 구체적 유상규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업결합이 끝난 후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