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성 기자
2014.09.12 06:00:00
놀이와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혁명가, 피터 리 대표
오프라인 놀이및 게임기획 세계유일업체 놀공발전소
노력금지 강조하려 '노력금지' 제목의 책까지 펴낸 경영자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우리 회사에서 노력은 절대 금물이다. 각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업무를 찾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오프라인 교육용 놀이 및 게임을 전문으로 기획·제작하는 업체인 ㈜놀공발전소. 이 회사 직원들이 가장 금기시하는 단어는 ‘노력’이다. ‘놀공’이라는 업체 이름도 ‘놀듯이 공부하자’라는 의미에서 탄생했다.
“놀이나 게임에 몰두하면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아무 것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게 된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도 게임이나 놀이를 하듯이 재미있게 즐기면 자연스럽게 최고의 성과를 도출하게 된다.”
피터 리(43) ㈜놀공발전소 대표의 경영목표는 놀이 및 게임 업체답게 ‘놀이와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바꾸자’다. 그는 놀이나 게임은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매체라고 확신한다. 게임을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은 존재지만, 이를 합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힘을 분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대표는 얼마 전 ‘노력금지’라는 제목의 책을 써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가 아닌 것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노력금지라는 말을 회사에서 자주 강조한다. 대신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피터 리 대표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최대 6개월로 단정했다. 이 기간 한 분야에서 하는 데까지 해보고 진척이 없으면 포기하고, 늦기 전 적성에 맞는 것을 다른 곳에서 찾아봐야 한다는 게 피터 리 대표의 신념이다.
놀공발전소는 어린이나 청소년용 뿐 아니라 대기업 및 기관들을 상대로 한 다양한 교육용 게임이나 놀이를 제작, 공급한다. LIG그룹, 현대자동차(005380), 금융감독원, 삼성그룹, 미래에셋금융, 두산(000150) 등이 주요 고객사다. 최근에는 어려운 고전을 읽기 싫어하는 성인 및 청소년들을 위해 ‘놀공 클래식’이라는 체험형 게임을 제작해 인기를 끌고 있다. 고전 ‘안나 카레니나’, ‘로미오와 줄리엣’, 파우스트‘ 등을 게임으로 변화시켜, 참여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저절로 고전이 제시하는 인생철학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이나 온라인 게임이 아닌 오프라인 게임이나 놀이를 전문으로 만드는 업체는 국내는 물론 세계를 통틀어 놀공이 유일하다. 그만큼 사업모델 자체가 특수하다. 당연히 경쟁사도 없다. 이 회사 직원들은 모두 놀이나 게임 만들기가 천직이라고 확신하고 모인 사람들이다. 피터 리 대표는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에서 놀듯이 일하는 놀공사람들만큼 행복한 회사원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2010년 놀공이 이 사업에 뛰어든 이후 사실상 놀공 혼자서 관련 시장을 만들어오고 있다.
놀공발전소에서 부르는 직원들 호칭도 독특하다.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 ‘00공’으로 불린다. 예컨대 피터 리 대표는 피터공으로 불린다. 직함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수평적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피러 리 대표는 “호칭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호칭을 수평적으로 만들면 기업문화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고 귀띔했다.
놀공은 직원 11명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회사지만 비즈니스는 어느 대기업 못지않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일궈내고 있다. 이달에는 독일문화원과 함께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인 괴테가 저술한 고전 ‘파우스트’를 게임으로 변형시킨 ‘파우스트 되기(Being Faust)’를 완성해 공식 출시했다. ‘파우스트 되기’는 난해한 파우스트라는 걸작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체험형으로 만든 게임이다. 이달 서울 출시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홍콩, 일본 도쿄 등에서 잇달아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일 서울시청 도서관에서 이 게임을 첫 선을 보였는데 200명 가량이 참여할 정도로 초기 반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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