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도는 '로열세븐'] "집주인이 매물 싹 거둬가..팔 집이 없어요"

by김동욱 기자
2014.01.20 07:11:55

강남3구 1월 거래 지난해보다 3배 늘고
호가도 한달 새 1700만원 올라
전셋값 폭등에 지친 강북·경기도 세입자 매매로 눈 돌려

새해 들어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에도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재건축 투자 1번지’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제공 뉴시스)
[이데일리 장종원·양희동·김동욱·박종오 기자] ‘매물 급구’. 지난 18일 찾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SK뷰 아파트. 단지내 상가를 지나치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큰 글씨로 써 있는 푯말에 눈길이 닿았다. 매물을 찾는 홍보지였다. 중개업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3명의 직원이 걸려온 전화를 받고 상담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집을 팔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요. 어제도 출근해서 집주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집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꿈적도 하지 않아요. 집주인들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 건 몇 년만에 처음입니다.”(전농동 SK공인 관계자)

새해 들어 주택 매매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주말인 지난 18~19일 이데일리 부동산팀이 서울과 경기지역에 있는 주요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 결과 장기 침체에 빠져 있던 주택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관망세로 일관했던 수요자들이 주택시장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면서 거래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끝 모를 바닥을 향해 치닫던 집값도 꿈틀거리고 있다. 거래가 끊기다시피 한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진 것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상가 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매일 달라지는 아파트 매물 시세표가 빼곡히 내걸려 있다. (사진 이데일리 DB)


시장 회복 조짐은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부터 확인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서울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0.48% 올랐다. 강남구는 0.1% 상승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0.01%)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용적률 완화 등 규제가 풀린 데다 일부 단지는 재건축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거래량도 늘었다. 지난 16일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76건에 달한다. 한 달의 절반 정도 지난 시점에 이미 지난해 1월 총 거래량(1134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거래량이 많이 늘었다. 강남구는 이달 들어 총 247건 거래됐다. 지난해 1월(109건)보다 거래량이 138건이나 늘었다. 서초구는 50건→145건, 송파구는 56건→198건으로 거래량이 작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강남지역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대표적 투자재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늘기 시작한 것은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강남구 개포동 채은희 개포공인 대표는 “그동안 주택시장의 숙원이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가 폐지됐고, 정부에서도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시그널을 강하게 주고 있어 더이상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지역 중개업소들은 모처럼 늘어난 매수 문의 전화에 점심까지 거르면서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매수가 몰리면서 급매물은 사라졌다.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도 오름세다. 이날 한 중개업소에서는 개포주공 1단지 아파트 한채(전용면적 36㎡)가 거래됐다. 계약서에 찍힌 금액은 5억5700만원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평균 5억4000만원에 팔리던 물건이었다. 개포동 정애남공인의 정애남 대표는 “작년에는 호가만 반짝 올랐지만 최근 들어선 추격 매수세까지 따라붙으면서 실거래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북지역과 경기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목격됐다. 특히 전셋값과 매맷값 차이가 거의 없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매매로 갈아타는 분위기다. 정부가 저리의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한 것도 한 요인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 1차 아파트. 이 단지는 서울에서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아파트다. 전용면적 60㎡의 전세가율은 85%. 전셋값이 2억7500만원인데 여기에 5000만원만 더 보태면 내집 마련이 가능한 것이다. 인근 양지부동산 관계자는 “전셋값 폭등에 지친 세입자들이 소형아파트를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묻는 상담 전화가 요즘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샘터주공2단지. 이 아파트는 경기지역에 있지만 서울 접근성이 좋아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인근 수정공인 이철주 대표는 “최근 전셋집이 아니라 아예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많아졌다”며 “명절 설이 끝나고 본격적인 이사철이 되면 매매거래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와 싼 물건을 선점하려는 투자자가 경매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경매물건이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부동산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입찰에 부쳐진 서울·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률(입찰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은 48.4%로 2008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이달 현재 서울·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2.5%로 2011년 4월(83.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금 경매에 나오는 아파트는 1~2번만 유찰되면 최저 입찰가격이 전세금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저렴해 실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감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