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냉각법 저지"..이동통신 판매인 협회 출범

by김현아 기자
2013.08.15 06:17:53

보조금 줄여도 통신비 못 낮춰..통신비는 경쟁정책으로 낮춰야
"15만 유통인 생계 위협..법 저지와 함께 자율적 정화에 앞장설 것"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보조금을 1000억원 줄이면 통신비가 그대로 절감될까요. 말이 안 되는데도 이동통신 중소 상인의 생존권만 위협하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역 근처에서 만난 이동통신 판매인 협회 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은 15일 국회에 계류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하 단말기 유통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충성고객의 기기변경 때보다 남의 가입자를 뺏어오는 번호이동 때 더 많은 보조금을 주고, 착시현상에 기대 출고가 90만 원대 후반인 고가 스마트폰의 가격을 낮추지 않는 문제는 대기업들(제조사·이통사)이 조장했는데 이 법은 유통 소매점만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주장이다.

판매인 협회 추진위 회장인 박희정씨는 “보조금은 통신사 입장에선 비용이고 통신비는 매출인데, 비용을 줄여 매출을 줄이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사회주의국가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또 “언론이 불법보조금 운운하며 사업자를 편들면 정부가 강한 규제로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형국”이라며 “요금인가권을 가진 정부가 경쟁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애꿎은 중소 상인만 죽이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5월 8일 미래부와 조해진 의원이 공동주최한 토론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열린 토론회때에는 이태희 교수(국민대) 사회로 김용규 교수(한양대), 김성환 교수(아주대), 강정화 회장(한국소비자연맹), 나광식 박사(한국소비자원), 한석현 팀장(YMCA), 이상헌 상무(SKT), 윤명호 상무(KT), 박형일 상무(LGU+), 홍진배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 전영만 통신시장조사과장(방통위), 정진한 박사(KISDI), 권수천 박사(ETRI)가 참석했다. 시민단체와 통신사, 학계 전문가들의 참여는 눈에 띄지만, 규제 대상자인 대리점·판매점이나 제조업체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어 불공정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법은 새누리당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조해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5월 8일 미래부와 조해진 의원이 공동주최한 토론회나 6월 19일 상임위 공청회 때 모두 이해관계자인 유통종사자의 의견은 듣지 않았다. 협회 추진위 간사인 이종천씨는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 숫자는 3만 2000~4만 정도인데, 15만 유통가족들의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이 법은 졸속으로 강행된 청부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웃을 상대하는 동네 장사를 하는 소형 판매점에서까지 동일보조금 동일 판매가를 지키지 않으면 1억 5000만 원의 벌금을 내게 돼 있고, 판매점을 내려면 이동통신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이 씨는 “재고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경쟁자 소멸에 따른 반사이익이 가능한 하이마트, 삼성리빙, 홈플러스 등 대기업 유통사들만 유리해지는 법”이라며 “중소 상인도 민생의 한 부분임을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1~7월까지 하이마트에서 판매된 단말기는 총 25만 4275개(SK텔레콤(017670) 11만 1761개, KT(030200) 6만 7313개, LG유플러스(032640) 7만 5201개)로 집계되는 등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하이마트 같은 대형양판점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박 씨는 “LTE가 나오면서 단말기 가격이 2배 정도 뛰자, 대리점에서 받은 물량을 소화 못한 일부 판매점은 서민들에게 대출을 미끼로 단말기를 불법개통하게 한 뒤 해외에 밀반출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면서 “판매인들 스스로 이 같은 문제를 고치려고 이동통신 판매인 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단말기 유통시장의 자정노력 외에도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개인정보보호 관련 직원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징벌적 법안 없이도 업계 자율적으로 유통구조를 건전화하는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