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혁 기자
2013.07.31 07:00:00
성균관대 총장이 직접 '금연 호소문' 교수들에게 보내
동대문구 한국외대 대학로 금연거리 지정
캠퍼스 금주령 이어 금연바람에 학생 반발도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평소 애연가로 유명한 서강대 교수 김모씨는 최근 들어 담배를 끊을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얼마 전 학교에서 일어난 화재로 연구실에서 담배를 태울 때마다 동료 교수들에게 눈치가 보이는데다 그렇다고 매번 지정된 흡연장소로 내려가기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젠 확실히 예전처럼 마음놓고 담배를 피던 시절은 지났다”며 “다른 대학은 총장이 흡연을 말릴 정도라고 소문난 만큼 흡연자는 대학에서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금연 바람이 거세다. 총장이 직접 나서 교수들에게 금연을 호소하는가 하면 대학로 전체를 금연 거리로 지정하는 등 비흡연자의 건강권을 보호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로 흡연자들의 ‘끽연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장소는 물론 PC방과 술집 등 금연 구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도 적극 동참에 나섰다.
서울 동대문구는 오는 9월부터 한국외대 정문에서 1호선 외대앞역까지의 도로변인 휘경로 250m 구간을 금연거리로 지정하기로 했다. 대학로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대문구는 경희대 앞 경희대로 300m 구간도 금연거리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외대앞역에서 외대까지 인도가 협소한 탓에 이와 관련한 민원이 종종 제기됐다”며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1월1일부터는 이 구간 흡연자에게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캠퍼스에 자욱했던 담배 연기를 걷어내기 위해 총장이 팔걷고 나선 대학도 있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은 지난달 “금연 캠페인은 무엇보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학생문화 선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교수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내용의 금연 요청서를 교수들에게 보냈다. 교수들이 모범을 보여야 학생들에게 금연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성균관대는 교내 건물 내 흡연을 전면 금지하고 캠퍼스 곳곳에 흡연구역을 따로 지정했다. 이 밖에 고려대와 서강대, 중앙대도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곳을 중심으로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등 금연 열풍이 한창이다.
이처럼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금연구역이 점차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일부 대학 구성원들은 흡연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이모(26)씨는 “지난해에는 캠퍼스 금주령이 떨어지더니 올해는 흡연까지 단속하려 한다”며 “풍선효과로 다른 곳에서 담배를 필 수도 있는데 무조건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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