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칙 판치는 부유·특권층의 교육 윤리

by논설 위원
2012.11.08 07:00:00

검찰이 엊그제 발표한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수사 결과를 보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금전 만능주의와 도덕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알 수 있다.

현직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금호그룹 전 회장의 딸)부터 두산그룹 전 회장의 며느리, 현대자동차 전 부회장의 며느리 등 유력 가문 출신의 학부모들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넣기 위해서라면 온갖 불법과 탈법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이들 외에 상장사 대표와 임원, 의사, 로펌 변호사, 전 국회의원 등 우리 사회의 부유·특권층이 총망라된 이번 부정입학 건은 수법마저 교묘하고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입학자격을 얻기 위해 브로커에게 5000만~1억5000만원을 주고 위조여권을 만든 것은 기본이고 아예 외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위장 이혼한 뒤 현지인과 위장결혼한 경우도 있었다. 또 담당 공무원을 매수하기 위해 직접 현지로 날아가기도 했다. 일부는 한국 국적을 상실한 채 위조여권으로 해외를 왕래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렇게 불법과 반칙을 통해 ‘스펙’을 쌓은 자녀들이 사회 발전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국인학교는 연간 학비만 2000만원에 육박해 일반인들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귀족학교’이다. 당초 외국인투자촉진을 위해 설립됐으나 2008년 내국인 입학자격을 해외거주 5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면서 내국인을 위한 교육시설로 변질됐다. 규정상으로는 내국인 비율이 30%를 넘을 수 없도록 돼 있으나 최대 80%에 육박하는 곳도 있을 정도로 관리가 엉망이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외국인투자유치라는 미명하에 외국인학교의 건물신축 및 증축에 20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투입했다. 일반 국민이 낸 돈으로 지은 교육시설에 부유·특권층의 자녀들이 혜택을 본 것이다. 그동안 외국인학교는 초·중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치외법권적 특혜를 누려왔다. 교과부는 뒤늦게 51개 외국인학교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만큼 꼼꼼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검찰은 이번에 1명만 구속하고 46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그나마 15명은 약식기소에 그쳤다. 당초 사건이 터졌을 때 강력한 의지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처벌수위가 약하다. 이렇게 특권층에 대한 처벌이 용두사미가 되니 불법과 반칙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