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소비지표 실망에 `주춤`..다우 0.1%↑

by지영한 기자
2009.10.28 05:35:38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뉴욕증시가 27일(현지시간) 소비심리 지표 악화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주택가격 반등과 IBM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등 호재가 이어졌지만, 컨퍼런스보드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 부진에 가려 빛이 바랬다.

블루칩 종목의 다우 지수는 14.21포인트(0.14%) 소폭 오른 9882.17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5.76포인트(1.2%) 떨어진 2116.09를,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3.54포인트(0.33%) 밀린 1063.41을 각각 나타냈다.

뉴욕증시는 오전에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20대 대도시 집값이 전월대비로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또 다우 지수 구성종목인 IBM이 50억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점도 투자심리에 도움을 줬다. 국제유가가 반등으로 에너지 종목도 강세를 보이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컨퍼런스보드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가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자, 경기회복 강도에 대한 우려감이 불거졌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제레미 그랜덤 그랜덤마요밴오털루(GMO) 펀드 회장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주식시장의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

이에 따라 주요 지수들은 장중 한때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다우 지수는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지만, 기술주 부진으로 낙스닥 지수는 장중 내내 약세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우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30개의 블루입 종목중에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14개, 보합이 1개, 하락종목이 16개를 나타냈다.

컨퍼런스보드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 부진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돼 미국 국채 가격과 미국 달러화 가치가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는 하루뒤 발표될 주간 원유재고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반등, 배럴당 79달러선으로 마감했다.



세계 최대 컴퓨터 서비스업체인 IBM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5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승인했다. 이같은 소식으로 IBM의 주가는 오름세를 기록했다.

회사측은 이번 결정이 2분기 연속 이익이 증가한데 따른 주주 보상차원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IBM은 작년에는 1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고, 올 4월에는 3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발표했다.

특히 IBM은 주주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최근 6년간 자사주 매입 등으로 700억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IBM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순이익은 전년비 14% 증가했다. 당시 IBM은 올 연간 순이익이 최소 주당 9.85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제시했다.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보인데 힘입어 에너지 종목이 강세로 마감했다. 다우 지수 구성종목이자 대형 에너지주인 셰브론과 엑손모빌이 각각 1.5%와 2.2% 상승하며, 다우 지수를 지지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2월물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87센트(1%) 상승한 79.55달러를 기록했다. 하루뒤 발표될 주간 원유 재고에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개별종목에서는 세스나 항공기와 벨 헬리콥터 생산업체인 텍스트론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비 98% 급감하고 매출이 27% 감소했다. 그러나 이익과 매출 모두 애널리스트 전망치를 웃돌았다는 평가로 주가는 강세를 기록했다.

스포츠의류업체인 룰루레몬은 현재 진행중인 이번 분기 이익전망치를 종던 주당 13센트에서 17센트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같은 소식에 힘입어 주가는 8%대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그리스계 해운사로 나스닥에 성장된 드라이쉽스와 세계 최대 자동차 시트 업체인 존스 컨트롤즈는 예상보다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지만 차익매물로 약세로 마감했다.

미국 최대 철강업체인 US스틸은 3분기에 3억300만달러(주당 2.11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손실규모는 시장의 전망치보다 작았지만 손실을 지속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7% 떨어졌다.




이외에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중국의 인터넷 검색엔진업체 바이두가 11%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바이두가 제시한 4분기 매출전망치가 시장의 예상치를 밑돈 점이 부담이 됐다.

의류생산업체인 VF는 3분기 순이익이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이 악재가 돼 6% 떨어졌다. 식료품체인 윈 딕시 스토어스도 올 연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여파로 9% 급락했다.

대형 정유회사인 발레로 에너지는 3분기 손실이 전년 동기보다 대폭 감소했지만 약세로 마감했다. 3분기 손실 규모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돈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약세론자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제레미 그랜덤 그랜덤마요밴오털루(GMO) 펀드 회장은 "실망스러운 경제지표와 기업들의 이익률 하락으로 인해 증시는 현 수준에서 고통스럽게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S&P500 지수의 현재 적정 수준은 860포인트 선으로 판단된다"면서 "그러나 2010년이 끝나기 전까지 지수는 그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퍼시픽자산운용(핌코)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주가가 고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글러스킨셰프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거품 이후의 신용 붕괴 상태에 놓여 있다"며 "증시는 최소 20% 정도 고평가된 상태"라며 증시 조정 가능성을 주장했다.



경제지표는 엇갈렸다. 주택경기 지표가 개선된 반면 소비지표는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가 발표한 S&P케이스쉴러(S&P/Case-Shille)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20대 미국 대도시의 단독주택 집값은 전월비 1% 증가했다. 미국 20대 도시 집값은 지난 7월에도 전월비 1.2%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로써 미국의 집값은 4개월 연속 전월대비 증가세를 이어가게 됐다.

지역별로는 20개 대도시중 17개 지역에서 전월비 집값이 상승했다. 미국의 주택가격 개선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작년 같은 달에 비해서는 11.3% 떨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하락폭은 시장의 전망치인 11.9%은 물론이고 7월 이전 12개월간 하락폭인 13.3%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집값이 개선세를 보인 것은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8000달러의 세제지원과 낮은 수준의 모기지 금리 등으로 주택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허먼 포캐스팅의 존 허먼 대표는 "주택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요가 늘고 있고, 점차로 주택 회복세가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당초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전월 53.3(수정치)보다 하락한 47.7을 기록했다. 컨퍼러스보드는 5000명의 소비자들에게 우편을 통해 경제상태에 대한 의견을 물어 소비자 신뢰지수를 산출한다. 당초 시장에서는 10월 지수가 54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었다.

조사 결과,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물어본 현재지수(Present Situation Index)는 20.7로 떨어졌다. 이는 198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향후 6개월동안의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지수(ExpectationsIndex)도 전월 73.7에서 65.7로 떨어졌다.

맥스웰 클락 IDEA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은 직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살고 있다"며 "이같은 두려움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소비개선을 약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신뢰감소가 고용불안이 주된 배경이라는 얘기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현재의 일자리가 충분하다는 응답이 3.4%에 그쳤다. 반면 직장을 얻기가 어렵다는 응답은 전월 47%보다 높은 49.6%를 기록했다. 이는 198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