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 "세계경제 대공황보다 심각할수도"

by지영한 기자
2009.02.21 07:55:41

폴 볼커 미 경제회복자문위원장 "글로벌 경기위축" 경고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세계경제가 대공황 시절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경고가 오바마의 핵심 측근으로부터 나왔다.

폴 볼커 오바마 행정부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개최된 `금융위기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제목의 컨퍼런스에 참석, 세계경제의 동반 경기후퇴(recession)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볼커 위원장은 "미국은 현재 `강력한 경제위기(massive economic crisis)`의 한 복판에 놓여있다"며 "이러한 위기는 과거 미국이 경험했던 전형적인 리세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리세션이 글로벌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충격을 받았다"며 세계경제의 동반 위축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미국이 하루 빨리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대외 수출에서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글로벌 리세션으로 이마저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볼커 위원장은 특히 "해외 대부분 국가들의 산업생산이 미국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세계경제가 아마도 지난 30년대 대공황 시절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악화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에 따라 미국의 리세션이 상당기간(for a long time)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 컬럼비아大는 20일 `금융위기로부터의 탈출`이란 제목의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볼커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살짝 내비쳤다. 미 정부와 연준의 신용시장 회복 정책이 `임시적(temporary)`인 방편으로 추진돼야만 인플레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약`을 잘못썼다간 `병`을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이다.  

현재 미 정부는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연준은 보유자산의 만기를 장기화하고 리스크가 높은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대차대조표상 자산·부채 규모를 9000억달러에서 2조달러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윌리엄 폴리 前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의 경우엔 최근 연준이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에 대해 우려감을 피력했다. 대차대조표의 증가가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인플레 폭등을 가져올 것이란 이유에서다.

투자전략가 마크 파버도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돈을 찍어 내는 정책을 지속하고, 미 행정부가 경제개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미국경제의 기반이 약해지고 (정부의) 정치력마저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볼커는 미 금융시스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그는 과거 `금융혁신`으로 미화됐던 파생상품들이 월가의 위기를 촉발한 것을 빗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자산담보부증권`보다는 `현금인출기`가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아울러 정교한 은행시스템과 생산성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다고 꼬집었다. 볼커는 오히려 지금은 대형은행들이 금융시스템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헤지펀드 운용이나 고유계정 투기를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