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하루만에 폭등..`구제안 승인 기대`

by전설리 기자
2008.10.01 05:52:19

구제안 이번주內 승인 `기대`
금융주 일제 반등
달러, 유로대비 최대폭 급등
리보 `사상최고`..자금시장 `꽁꽁`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30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하루만에 폭등했다.
 
전날 하원의 구제금융안 부결 소식에 사상 최악의 폭락장을 연출했던 뉴욕 증시는 이날 구제금융안이 이번주 이내에 승인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급반등했다.

금융주가 큰 폭으로 올라 반등 흐름을 주도했다. 전날 폭락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도 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유럽 은행들의 잇단 국유화로 달러가 유로대비 사상 최대폭으로 치솟은 점도 호재였다.

악재도 적지 않았지만 구제금융안 승인 기대감이 시장을 지배했다. 달러 리보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등 자금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미국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850.66으로 전일대비 485.21포인트(4.68%)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82.33으로 98.6포인트(4.97%) 올랐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164.74로 58.35포인트(5.27%) 뛰었다.

전날 10달러 이상 떨어졌던 국제 유가가 4달러 이상 급반등, 100달러선을 회복했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4.27달러(4.4%) 오른 100.64달러로 마감했다.
 

 
미국 의회는 하원에서 전날 부결된 구제금융법안을 새로 손질해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다시 긴박하게 움직였다.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초당적인 금융구제법안 승인을 위해 "양당간 정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조속히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밋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 의회에서 "우리는 이번주내에 구제금융을 승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도드 의원은 "(전날 구제금융법안을 부결한) 하원이 그 결정에 대해 심각하게 다시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상원이 당초 일정 대로 내일(1일)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상원이 하원보다 구제금융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상원이 내일 밤 구제법안을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방안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안중 하나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침 성명을 통해 "의회는 반드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구제금융법안 승인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는 정부의 결정적인 행동(구제금융을 의미)에 달려 있다"면서 "우리가 문제들을 빨리 차단할 수록 경제성장과 고용창출도 빠른 시일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구제금융법안은 하원에서 전날 부결됐지만 아직 구제법안의 입법 과정은 끝나지 않았다"며 국민들과 금융시장이 침착성을 잃지 않기를 당부했다.

하원 민주당과 공화당은 오는 2일 모임을 재개하고 새로운 구제금융법안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목요일, 늦어도 주말내 하원의 구제금융법안 표결이 다시 실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날 폭락장을 이끌었던 금융주가 일제히 반등했다.

씨티그룹(C)과 JP모간체이스(JPM)가 각각 15.6%, 13.9% 급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C)와 골드만삭스(GS)도 15.7%, 6.1% 상승했다.

전날 72% 폭락했던 지역은행 소버린뱅콥(SOV)은 69.5% 폭등했다. 워싱턴뮤추얼(WM)은 141.2% 뛰었다.
 


한편 미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유로에 대해 사상 최대폭으로 치솟았다.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확산된 가운데 유럽 금융기관의 손실이 미국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유로화를 끌어내렸다.

이날 덱시아는 벨기에와 프랑스, 룩셈부르그 정부로부터 64억유로(92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했다. 앞서 영국 노던록과 브래드포드&빙글리(B&B)가 국유화됐고, 독일 2위 부동산 업체인 하이포리얼이스테이트와 벨기에 최대 금융회사인 포르티스에도 구제금융이 투입되는 등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유럽 금융기관들의 국유화가 줄을 이었다.

특히 이날 달러와 유로 리보 금리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자금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유럽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미국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법인이 결국은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대적인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오후 4시37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56센트(2.4694%) 떨어진 1.408달러를 기록중이다. 이는 지난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속되는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금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영국은행연합회(BBA)는 오버나잇(하루짜리) 리보(런던은행간금리)가 전일대비 431bp 치솟은 6.8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개월 만기 유리보(유럽은행간금리)도 5.05%로 사상 최고치에 올랐다.

리보와 오버나잇인덱스스왑(OIS·하루짜리 초단기대출금리)간 격차인 리보-OIS 스프레드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전날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된데다 미국과 유럽 정부가 지난 이틀간 와코비아, 덱시아 등 5개 은행에 구제금융을 투입하면서 자금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이 말라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의 크리스토퍼 리저 채권 전략가는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장이 완전히 붕괴됐다"며 "중앙은행만이 시장에 현금을 공급하고 있을 뿐 누구도 대출을 해주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7월 미국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월가가 가장 신뢰하는 주택가격 지표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20대 대도시의 7월 주택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6.3% 급락했다.

이는 지난 2001년 이 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대 낙폭.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16%도 웃도는 낙폭이다.



미국의 소비심리는 유가 하락에 힘입어 3개월 연속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의 58.5에서 59.8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58.5도 웃돈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수치가 최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금융위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카고 지역의 제조업 경기는 월가 예상보다 호조를 띈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PMI)는 9월 제조업 지수가 전월의 57.9에서 56.7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53은 넘어선 수치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점으로 이를 넘어서면 경기 확장을, 이보다 못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