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공개서한 "주식 연수익10% 꿈깨라"
by전설리 기자
2008.03.01 09:38:53
"보험사업, 파티는 끝났다…"
월가, 어마어마하게 어리석은 투자 `질타`
달러약세, 연방정부 정책 잘못됐다
CEO·CIO 후보 내정..구체적인 이름 언급 안해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주식으로 연수익 10%를 올리고자 한다면 꿈깨라"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29일(현지시간)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같이 조언했다.
또한 신용 위기를 초래한 월가의 어리석은 투자를 질타하고, 달러 약세와 관련 연방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업의 파티는 끝났다"며 올해 보험사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심이 집중됐던 후계자 지명과 관련해서는 3명의 최고경영자(CEO) 후보와 4명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후보를 내정해두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버핏은 주식을 통해 연수익 10%를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번 세기동안 주식투자를 통해 연 10% 수익(배당 2%, 주가상승 8%)를 얻고자 한다면 그는 다우지수가 2100년까지 2400만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누군가 주식투자를 통해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꼬드긴다면 이 산식을 설명하라"며 "입심 좋은 조언자들이 당신의 머릿속에 환상을 채워넣는 동안 그의 주머니는 수수료로 채워질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현재 금융시장 상황과 관련해서는 월가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모기지 시장 악화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버핏은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융업계의 어마어마한 어리석은 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며 "거센 파도 속에서 알몸으로 헤엄치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게 됐고, 대형 금융기관들도 `형편없는 시야(ugly sight)`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연례 서한에 단골로 등장해왔던 달러 약세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버핏은 "달러 약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나 중국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국부 펀드에 대해서도 "미국은 처벌할 국가나 보호할 특정 산업을 솎아내는 등 보복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의 불균형 상태가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과 속히 이를 해소할 현실적인 정책을 도입해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핏은 지난 2002년부터 선물 등을 통해 달러 약세에 베팅해왔다.
버핏은 아울러 지난 해 추락하는 달러 대신 브라질 헤알화에 직접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버핏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달러와 헤알을 스왑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나 지난 5년간 헤알화는 `사탕이 됐다(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며 "브라질 부자들이 때때로 재산을 보존하기 위해 달러에 묻어뒀지만 최근 5년간 그렇게 했었다면 재산의 절반을 날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가 지난 2002년 100이었다면 2007년 199로 뛰었다는 설명이다.
버핏은 그러나 버크셔 헤서웨이가 이처럼 직·간접적인 해외투자를 늘려가겠지만 버크셔의 자산과 수익은 항상 미국에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불완전성과 용서하지 못할 만한 문제점 등을 가지고 있지만 시장을 중시하는 경제 시스템과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을 갖추고 있어 지속적인 번영을 누릴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버핏은 한편 이날 함께 발표된 버크셔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보험사업에 대해 "잔치는 끝났다(That party is over)"고 진단했다.
버핏은 "올해 버크셔의 보험사업을 포함해 전체 보험사업의 순익 마진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며 "순익 마진이 4% 포인트 가량 축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바람이 거세지고, 땅이 흔들리면 결과는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버핏은 가이코와 제너럴 리 등을 포함한 버크셔의 보험 그룹은 지난 해 우수한 경영진과 행운 등에 힘입어 훌륭한 한해를 보냈지만 올해는 상황이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보험사 애크미 크릭, 카펫 업체 쇼 인더스트리즈 그룹, 부동산 중개업체 홈서비스 오브 아메리카의 실적이 지난 해 서브프라임 위기 여파로 부진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중요치 않은 일시적인 후퇴"라며 "관련 사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강하고, 상황이 좋든 좋지 않든 사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1등급의 CEO들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목됐던 CEO 지명과 관련해서는 알려진 바대로 "3명의 뛰어난 내부 후보를 준비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누군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죽음이나 능력 감퇴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을 경우 이사회는 누구를 뽑을지 알고 있다"며 "나머지 두 명은 백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43년간 이끌어 온 버크셔를 이어갈 비상임 회장엔 이미 아들 하워드 버핏을 내정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3명의 내부 후보로 아지트 제인 버크셔 보험부문 CEO, 조셉 브랜든 제너럴리 대표, 데이비드 소콜 미드아메리칸 에너지 홀딩스 대표, 토니 니셀리 가이코 대표, 리차드 샌툴리 넷젯 대표 등을 물망에 올리고 있다.
1070억달러에 이르는 버크셔의 자산을 운용할 CIO에 대해서도 4명의 후보를 준비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역시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버핏은 "후보들 모두 현재 상당한 자금을 굴리고 있다"며 "젊은층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하고, 부유하고, 보상 등을 떠나서 여러가지 이유에서 버크셔에서 일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사회는 이들의 강점을 알고 있다"며 "필요하면 한 두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핏은 지난 해 CIO 구인광고를 냈으며, 이 가운데 4명을 선발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버크셔의 4분기 순이익은 29억5000만달러(주당 1904달러)로 전년동기 35억8000만달러(주당 2323달러) 대비 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톰슨 파이낸셜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주당 1606달러는 웃돈 수준이다.
보험사업의 부진과 투자수익의 감소가 실적 악화의 원인이었다.
지난 해 전체 순이익은 132억달러(주당 8548달러)로 전년도 110억2000만달러(주당 7144달러) 대비 20% 늘었다. 역시 전망치인 주당 6321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4분기 투자손익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23억5000만달러(주당 1518달러)로 전년동기 28억7000만달러(주당 1859달러) 대비 18% 감소했다.
반면 매출액은 7% 늘어난 280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07년말 현재 현금 보유량은 443억3000만달러로 언제든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