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글로벌M&A 주도..아시아로 확대"

by이진철 기자
2006.10.22 12:00:01

뉴욕 `선진 자본시장 세미나`
재무적투자자 M&A 급증..헤지펀드 핵심부상
주주행동주의 통해 경영진 공격..아시아권 확대 추세

[뉴욕=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전세계적으로 재무적 투자자에 의한 기업 인수합병(M&A)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헤지펀드가 활발한 활동에 나서면서 M&A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M&A 추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기업과 정부 모두 대비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월가에서 KT&G(033780) 주관으로 열린 `선진 자본시장 세미나`에 참가한 세계적 투자은행(IB)인 리먼브라더스와 골드만삭스의 M&A 전문가들은 "적대적 M&A 행위주체가 일반기업으로부터 `주주행동주의자`(Shareholder Activist)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헤지펀드들의 주주행동주의가 적대적 M&A에서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먼브라더스에 따르면 올들어 9월말까지 세계 재무적 투자자에 의한 M&A 거래가격은 4040억달러를 기록, 지난해 한해 2320억달러의 두배에 육박하고 있다.

아울러 M&A시장에서 헤지펀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전세계 규모별 상위 10개의 헤지펀드 규모는 1597억달러로 상위 10개의 사모펀드 규모인 1714억달러에 근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헤지펀드는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개인투자 펀드로 일반적인 투자펀드가 채권, 주식, 현금 시장에 한정되어 있는 반면 헤지펀드는 가격 하락 가능성이 예상되는 주식의 대주(short sell)도 가능하다.

이러한 방법으로 헤지펀드는 시장이 변동하는 상황 또는 심지어 하락하는 시장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보다 복잡한 투자구조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헤지펀드는 주로 유한책임조합(Limited Partnership)으로 조직되며, 기업 및 기관 투자가들에게만 투자를 받는다. 광고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헤지 펀드는 입소문 혹은 컨설턴트를 활용해서 자금을 조달한다.

마크 셰이퍼 리먼브러더스 글로벌 M&A부문 총괄대표는 "중국, 인도를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M&A가 증가할 것"이라며 "금융시스템 재편과 서구 경영진 및 자본에 대해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2004년 이후 아시아 지역 거래량이 획기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셰이퍼 대표는 "헤지펀드의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차원의 적대적 공격보다 매우 낮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배경으로는 ▲낮은 자금조달 비용 ▲대상기업의 크기 및 업종에 대한 제약이 낮음 ▲헤지펀드를 위한 좋은 홍보기회 ▲제한된 하방위험(downside risk) 등을 꼽았다.

아울러 전례없는 헤지펀드로의 자금유입과 명백한 투자기회의 부재, 주주행동주의자들의 성공전례 등으로 헤지펀드의 주주행동주의에 의한 적대적 M&A의 비중이 증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 셰이퍼 대표는 "헤지펀드의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측면에서 지배구조나 경영투명성, 경영권 방어수단 한계 등의 특정한 취약성이 발견될 때 발생한다"면서 "헤지펀드의 목적은 재무적 구조조정이나 매각을 통해 단기수익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업차원의 적대적 공격은 기업가치에 대한 논쟁이 초점인 반면, 주주행동주의를 통한 헤지펀드의 공격은 기업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누가 더 적합한 지의 논쟁으로 부각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헤지펀드가 보다 더 경영진 개인에 대한 공격을 진행하게 된다는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기업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당할 경우 방어는 신중히 다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다른 헤지펀드가 공격에 참여할 수 있고, 기존의 주주들도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인한 주가상승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마크 셰이퍼 대표는 "주주행동주의자들의 제안과 반응을 적절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경영진이나 이사회의 일원이 주주행동주의자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헤지펀드의 주주행동주의의 방지 및 대비책과 관련 "사업 및 재무전략의 지속적인 명료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리서치 리포트 및 주식거래 패턴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헤지펀드의 주주행동주의가 문제가 될 경우에 대비한 대처계획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빌 앤더슨 골드만삭스 글로벌 M&A부문 전무는 "헤지펀드의 기업사냥은 이미 30년전부터 있어왔다"면서 "기업의 잠재적 취약요인에 의한 주가하락이 발생할 때 헤지펀드가 기회를 포착, 공격에 나서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주주행동주의자들은 기업의 지분을 일부를 매입해 이사회에 입성을 시도한다"고 덧붙였다.

빌 앤더슨 전무는 "미국의 경우 최근 30년 동안 M&A가 지속돼 2만5000여개의 상장사 가운데 4000개사가 항상 M&A의 주목 대상이었다"며 "앞으로 M&A 시장이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올 9월말 현재 전세계 헤지펀드만 9000여개, 1조2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재무적 투자자와 헤지펀드가 3조달러 이상의 차입자본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주주들은 높은 주가만 형성된다면 누가 경영권을 갖던지 상관이 없다고 여긴다"면서 "주가가 높아지는 것을 주주들이 긍정적으로 여기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주주행동주의에 따른 M&A 성공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리먼브라더스는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KT&G와 헤지펀드인 아이칸연합의 경영권 분쟁에 대해 "KT&G 경영권 방어 자문사로 봤을 때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KT&G가 최선을 다했다"면서 "원만하게 사태가 해결됐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세계적인 개방화·통합화 경향에 따라 국경을 초월한 자본교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잡음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자본 유치로 한국의 성장역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명한 기업경영과 시장경쟁이 중요하다"면서 "국경을 초월한 M&A 시도에 대한 옳고 그름은 시장에서 판단한다는 점을 감안해 좋은 법과 제도를 마련,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