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AI 韓 집어삼킬 수도, 네이버 등 민간 기술도입 모색중”
by김현아 기자
2024.05.14 04:00:21
[만났습니다] ②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
5년 안에 초거대AI 세상
AI 학습에 소외되면 정체성 잃을 우려
정부 공문서, AI가 끌어다 쓰게 바꿔야
소뱅 3700억 지원 일본 정부
우리도 LLM 민간 지원 검토중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남은 과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글로벌 초거대 AI 속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차원의 LLM을 개발할 때 네이버 등 민간 기업과의 협력입니다.”
고진 디지털 플랫폼 정부 위원회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AI 학습 데이터 문제와, 범국가 초거대 AI 모델 개발 방법에 대해 생각하면 잠이 잘 안 온다고 했다.
|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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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은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오디오, 동영상 등을 만들기 위해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하는데, 이러한 모델을 훈련하려면 많은 양의 학습용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어 데이터량이 영어 등에 비해 매우 적다는 게 문제다. 이는 앞으로 AI가 지배할 글로벌 세상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고진 위원장은 “초거대 AI가 5년 후에는 정말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은데, 걱정되는 건 글로벌 주도권이 현재 구도대로 굳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국어 데이터가 영문화된 데이터에 상대가 될까?”라면서 “지금 인터넷을 쳐보면 독도가 ‘일본해’로 표시된 게 많은 것은 일본해로 된 글로벌 지도가 많아서인데, 그 데이터가 똑같이 인공지능에 들어간다면 무서운 이야기”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데이터를 발굴해야 하고, 그 데이터를 영문화하거나 다국어로 만들어 세계와 공유해야 한다”며 “AI가 끌어갈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려면 공무원들도 하이퍼텍스트(HTML)로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아래 한글이나 워드 프로세서가 아니라, 문장이나 단어가 링크(하이퍼링크)를 통해 서로 연결할 수 있는 형태로 공문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정부에서 생산하는 분서의 형식이 AI 리더블해야 하고, 그다음에 다국어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정부 사이트에서 영어가 얼마나 돼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런 일이 안되면 우리 고유의 문화나 국가 차원의 정체성이 다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진 위원장은 이런 행보를 “디지털 스페이스에서의 새마을 운동”이라고 표현하며, 대한민국의 초거대 AI, 즉 LLM(거대언어모델) 경쟁력 향상에 정부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관련 일본 소프트뱅크는 네이버가 키운 글로벌 메신저 ‘라인’ 지분 매각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최대 10조엔(약 88조원)을 들여 인공지능(AI) 혁명을 준비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했다.
우리 정부도 ‘AI-반도체 이니셔티브’를 발표, 2027년까지 AI·AI반도체 분야에 9조 4000억원을 투자하고, AI반도체 혁신 기업 지원을 위한 1조 4000억원 규모 펀드도 조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LLM 개발 기업과의 협력이나 지원은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의 AI 개발용 슈퍼컴퓨터에 최대 421억엔(약37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한 것과 온도 차가 난다.
고진 위원장은 “범정부 초거대AI 플랫폼을 만들 때 네이버 등 민간 것을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럴 경우 글로벌 빅테크들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이 힘이 부치지 않을지, 품질 보증이나 사용료는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등 여러 가지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를테면, (범정부 AI를 지원하는 회사가) 제품 판매 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리커링 비즈니스’ 제한을 받을 경우의 대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 위원장은 “기업들을 만나 보면 정부가 AI 개발에 필요한 H100(엔비디아 GPU칩) 등을 왕창 사서 도와 달라고 하기도 한다”면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대한민국의 LLM 경쟁력 향상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을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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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 대학원 컴퓨터공학과 석·박사, 바로비전·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회장,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회장,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