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오를만큼 올랐다?…스마트개미는 채권 이동중

by김인경 기자
2024.02.26 06:00:00

엔비디아 외 ARM·슈마컴 순매수액 줄어
엔비디아도 800달러 오르자 차익매물 나와
6월 금리인하 전망 속 美 채권 연초 불티
채권 직접투자 순매수 확대 속 천비디아 전망도 여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800달러에 임박하며 고점 논란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일부 스마트개미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한발 물러나 채권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늦어도 6월에는 시행될 것이란 판단에 이제는 채권 가격 상승을 노려야할 때라는 판단이 나오면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2월 19~23일) 국내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를 6139만달러 순매수했다. 전주(2월 12~16일) 순매수액인 3082만달러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다른 AI 반도체주를 보면 상황은 다르다. 엔비디아와 함께 AI반도체 시장을 이끌 것이라 평가받는 영국 반도체 설계사 ARM에 대한 순매수액은 일주일 동안 3360만달러에서 2623만달러로 줄었고, 서버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순매수액도 2006만달러에서 1328만달러로 줄었다.

올 들어 엔비디아가 59.15%, ARM과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각각 77.44%, 202.54% 급등한 만큼, 차익실현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엔비디아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장 중 800달러를 돌파하자마자 차익매물이 나오며 788.17달러로 한 주를 마쳤다.

한 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나온 후,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도 나쁘지 않은데다 포모(FOMO·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현상도 있다 보니 뒤늦은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있지만, 이제 오를 만큼 올랐으니 차라리 다른 곳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투자자나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다른 국내자산운용사 해외주식운용역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미국 AI반도체주의 상승세는 시장 예상이나 상식을 깨부술 만큼 과감하다”면서도 “미국의 금리인하가 단기간에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시장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긴 어려울 것이고 이에 따른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학개미들이 AI반도체 대신 찾는 투자처는 채권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늦어도 6월에는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최근 미국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ETF의 순매수액은 12~16일 1017억달러에서 19~23일 1250억달러로 증가했다.

직접투자도 늘고 있다. 국내 주요 8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NH·삼성·KB·하나·신한·대신증권)가 올해 들어 한 달 반 동안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미국 국채 총판매액은 1조34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미국 국채 매각액이 4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판매액(7200억원)의 55.5%에 달하는 수준이다. 채권에 직접 투자하면 이자수익에 대해선 과세를 하지만, 자본 차익과 환차익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에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적용을 받는 고액자산가는 채권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국내 금리도 인하될 것이란 기대 속에 개인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올해 채권은 총 6조82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1080억원) 대비 33.6% 늘어났다.

한편에서는 엔비디아가 ‘천비디아’를 향해 달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키뱅크는 엔비디아의 목표가를 1100달러로, 메인스트리스는 1000달러로 제시했다. 엔비디아의 목표가를 1100달러로 잡았던 로젠발트는 1400달러로 올려잡았다. 다른 AI반도체와 달리 엔비디아는 대장주로서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란 평가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하겠지만 성장세는 지속할 것”이라며 “올해 최대 화두가 AI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고, 엔비디아는 변화와 혁신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대장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