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韓 비R&D 투자 태부족…올해 정책 금융 확대 기대

by김영환 기자
2024.01.15 05:50:00

비R&D 투자 강화 나서는 글로벌 추세와 달리 국내 시장 R&D에 치중
마케팅, 지식재산, 소프트웨어 등 비R&D 투자도 기업 혁신에 필요
정책 금융 낮아져 자금 수혈에도 난항…’24년 회복세 관측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벤처기업의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R&D) 편중을 극복해 비R&D 부문에도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업 등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의 경우 비R&D 투자 역시 기업의 혁신을 이끄는 주요 영역이 될 수 있어서다.

또 감소하고 있는 정부 정책지원금을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벤처 투자업계 빙하기를 극복하고 2024년을 맞아 원활하게 벤처업계에 자금이 조달될지 관심이다.

최근 국내 3만5132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벤처기업계는 매출액 대비 R&D 비용으로 평균 4.2%를 지출했다. 대기업(1.6%)이나 중견기업(1.0%), 중소기업(0.7%)을 크게 상회한다.

다만 국내 혁신투자 정책은 주로 투자에 편중돼 있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계돼 한계도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비R&D는 마케팅, 지식재산, 소프트웨어, 인재개발 등으로 특히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벤처기업의 경우 마케팅 활동이 혁신을 이끌 주요 동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플랫폼 기업의 경우 R&D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기업 성장에 더 큰 요소가 될 수 있어서다.

산업연구원의 ‘한국 산업의 혁신투자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R&D 투자액을 2011년 10.5%에서 2022년 17.3%까지 늘리는 사이 비R&D 비중은 7.4%에서 6.4%로 뒷걸음질쳤다. 글로벌 추세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독일, 영국 등의 주요국은 기술개발을 위한 R&D투자 뿐만 아니라 비R&D투자 역시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지난 2000년 혁신자산 중 R&D자산 평균 비중이 52%에서 2018년 69%로 17%포인트 상승했다. 독일을 제외하면 주요국의 R&D 비중은 40%에 못 미친다. 영국의 경우 비R&D 자산 비중이 오히려 82.6%에 달한다.



정부가 R&D 투자에 집중하는 배경으로 비R&D 투자의 경우 정량적 접근이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R&D 투자는 정량적 평가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비R&D 투자는 정성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투자 대상이 되는 벤처기업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정책연구팀 팀장은 “R&D는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정하는 세액공제 등을 받기 위해 재무제표상에 명시가 잘 되고 있다”며 “비R&D 투자 같은 경우는 기업 성장을 위해서 투자되는 항목인지 단순히 비용 지출을 위한 항목인지 재무제표상으로는 구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벤처·스타트업 투자업계에 빙하기가 도래하면서 정부의 정책지원금 비중이 감소하고 은행 등 일반금융 비중이 급등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벤처기업 10곳 중 7곳은 ‘자금조달·운용 등 자금관리 애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2021년 57.9%에서 2022년 66.8%로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2022년 기준 벤처기업은 평균 23억7600만원 가량의 신규 자금을 조달했는데 정부 정책지원금은 73.0%에서 60.5%로 줄었고 일반금융은 18.9%에서 32.6%까지 치솟았다. 정부 정책자금이 줄어든 몫을 시중은행에서 빌리거나 채권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메운 셈이다. 2023년 역시 글로벌 고금리가 지속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였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2024년을 맞아서는 다수의 벤처기업이 정부 정책지원금 확대에 기대를 보이는 상황이다. 벤처기업계 관계자는 “여러 통계를 통해 기업들이 지난해보다는 투자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라며 “2023년 저점을 찍은 벤처 투자 시장이 올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