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우유·기름값 들썩…정부, 물가 관리 총력전
by이지은 기자
2023.07.25 05:10:00
밀값 급등에 공공요금 인상도 복병
농산물 30% 할인 지원…닭고기 수급 대책 마련
추경호 “밥상물가 신경써야…필요시 추가 대응"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폭우와 폭염이 오가면서 채소, 과일 등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다시 꿈틀대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로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는 데다 국내 유유 원유가격 인상도 임박했다. 국제 유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늘어나는 등 물가를 자극할 변수들이 계속 늘어나는 양상이다.
2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었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4%대로 진입한 뒤 6월 2.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유례없는 폭우로 국내 농상물 생산에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수급 등 변동성이 큰 품목들에 대해 개별 대응하고 있지만, 계속된 집중호우로 추가적인 피해가 나온다면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전체 물가의 변동성 확대를 막기 힘들어 보인다. 실제 2020년 9월 긴 장마에 농산물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축수산물은 12.8%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가 1.04%포인트에 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물가를 자극할 대내외 요인들이 산적해 있어 정부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당장은 국제 곡물 가격이 관건이다. 러시아가 지난 17일 흑해 곡물 수출협정 중단을 선언하며 국제 곡물 가격이 출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은 1부셸(27.22㎏) 당 737.6센트로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공급에서 각각 세계 6위, 3위를 차지하는 대국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주로 사료용으로 쓰는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 가격 인상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유 원유가격 상승으로 인한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도 우려되고 있다. 현재 원유값 협상 주체인 낙농업계와 유업계는 지난해 생산비 상승으로 인한 원유가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고 리터(ℓ)당 69~104원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 중이다. 최저 수준인 69원만 올라도 인상률은 6.9%로 역대 최대다. 우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아이스크림·빵·커피 등 제품 가격이 연쇄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간 안정세를 보여왔던 국제유가마저 최근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2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배럴당 77.07달러로 마감해 4주간 11.44% 올랐다. 경기 회복 기대와 중국·인도의 수요 증가로 인해 향후 유가는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시는 8월 버스요금에 이어 10월 지하철 요금 인상을 예고히는 등 하반기 공공요금도 오를 전망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이 높아진 배경 중 하나는 7월 집중호우로 인한 농작물 작황 악화와 농산물 가격 급등 가능성”이라며 “하반기 물가는 3%를 밑돌 가능성이 크지만, 농산물 물가 상승률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하반기 2% 중후반의 물가 상승률 추세를 전제로 밥상물가를 자극하는 일시적 변수에 총력대응하고 있다. 상추, 시금치 등 이번 폭우로 가격이 급상승한 일부 품목에 대해 최대 30%의 할인을 지원하고, 농작물 재파종과 조기출하를 통한 공급 회복에 나섰다. 올해 할당관세로 들어오는 닭고기 3만톤은 내달 전량 도입하고, 500만개 종란(병아리를 얻기 위한 달걀)을 수입하는 수급 대책도 시행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과 영주시, 봉화군을 방문해 “농산물 수급 안정은 밥상물가와 관련되기 때문에 늘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며 “수급 불안을 가장 크게 야기하는 품목은 우선 대응을 했고, 필요 시 추가로 조사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