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감독·작가·작곡가…유준상의 열정엔 끝이 없다

by장병호 기자
2023.07.04 05:50:00

뮤지컬 ''그날들''로 2년 만에 무대 컴백
올해 10주년 맞은 창작뮤지컬, 매 시즌 참여
"나이 들수록 김광석 노래 더 깊이 다가와"
하반기 클래식 앨범·에세이 등 발표할 것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년 전부터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는데요. 얼마 전 ‘금배’에 진출했어요. 테니스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력 훈련도 되니 뮤지컬도 힘들지 않네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우 유준상(54)은 상기된 표정으로 대뜸 테니스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지난 4월 성남시테니스협회가 주최한 ‘제22회 중원구청장배 테니스대회’에서 은배부 우승을 차지했다. 동호인 테니스 대회 최고 등급인 ‘금배’에 진출한 것이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정학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유준상의 열정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어쩌면 유준상에게는 ‘배우’보다 ‘열정’이란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 5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지금도 배우 외에 수많은 일에 도전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영화감독, 작가, 작곡가로서의 활동 계획을 쉼 없이 털어놨다.

12일부터는 오랜만에 무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그날들’을 통해서다. ‘그날들’은 가수 김광석의 명곡으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올해 초연 1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창작뮤지컬이다. 유준상의 뮤지컬 출연은 2021년 ‘비틀쥬스’ 이후 2년 만이다.

‘그날들’은 유준상에게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10년 전 초연부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그날들’에 출연했다. 유준상이 맡은 역할은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인 청와대 경호원 정학 역. 유준상은 “그동안 출연한 창작뮤지컬 모두 10주년을 넘었는데, 그중에서도 ‘그날들’은 한 번도 안 빠지고 매번 출연한 작품이라 감회가 더 새롭다”고 소감을 말했다.



유준상이 ‘그날들’에 출연하게 된 것은 극작과 연출을 맡은 장유정 연출 때문이었다. 2007년 장 연출의 연극 데뷔작 ‘멜로드라마’를 관객으로 본 뒤 그를 눈여겨보던 터였다. 유준상은 “장 연출이 대성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따로 만났고, 그 이후 시간이 지나 장 연출로부터 작품을 판단해달라며 ‘그날들’의 대본을 받았다”며 “대본을 읽고 2시간 만에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날들’과 10년을 같이 하면서 대사나 노래할 때의 감정도 조금씩 달라져요. 특히 50대를 앞두고 있을 때는 감정에 북받쳐 눈물도 많이 흘렸죠.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또 하루 멀어져간다’ 등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면서 나의 40대도 이렇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지금은 작품 속 가사와 대사가 더 깊이 있게 다가와요. 때로는 무릎도 아프고 앞이 잘 안 보일 때도 있지만, 열정만큼은 10년 전 못지않습니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정학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의 공연 장면.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유준상은 배우가 아닌 영화감독을 꿈꾸며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대학에서 연기의 재미를 느껴 배우로 진로를 바꿨다. 영화감독을 꿈꿨던 이유 중 하나가 ‘뮤지컬’이다. 어린 시절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며 뮤지컬 영화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1995년 SBS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1998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틈틈이 뮤지컬에 출연하며 관객과 만나 왔다. 뮤지컬을 연출하거나 제작할 생각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제작이나 연출 생각은 없고, 대신 뮤지컬 대본을 써놓은 것은 있다”고 답했다.

7년 전부터는 처음 꿈꿨던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3편의 장편영화, 2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곡가로 실내악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한 클래식 앨범도 발매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틈틈이 쓴 글을 모은 에세이는 올해 하반기 출간 예정이고, 내년엔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펴낼 계획이다. 지금도 유준상은 연기, 기타, 노래 레슨을 받으며 끊임없이 스스로 갈고 닦고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저 자신에게 불편한 걸 찾아다니고요. 너무 편하기만 하면 안 되거든요. 힘든 점은 뮤지컬이 채워줍니다. 그래서 ‘그날들’이 그래서 더욱 기대돼요. 80살이 되더라도 힘이 날 때까지 계속 뮤지컬을 하고 싶어요.”

뮤지컬 ‘그날들’에서 정학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