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꾸는 코스닥 상장사들…'이미지 세탁' 주의보

by김응태 기자
2023.03.28 05:01:00

올해 15개 코스닥 상장사 상호 변경
사업 다각화 및 이미지 개선 목적
로봇, 친환경, 모빌리티 등 신사업 강조
거래정지, 적자 등 부실 감추기 우려도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코스닥 상장사들이 사업 확대와 인수·합병(M&A)을 이유로 잇달아 상호 변경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로봇 등이 주요 신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의미를 사명에 반영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부실기업이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기업명만 바꾸는 사례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1월2~3월27일) 국내 코스닥 시장에서 상호를 변경한 상장사는 총 15곳(스팩합병 제외)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15곳)와 같은 수준이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상호 변경 사유로 사업 다각화 및 이미지 개선 등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는 로봇, 모빌리티, 친환경 등이 혁신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반영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난 게 눈에 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다믈멀티미디어(093640)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달 다믈멀티미디어는 사명을 케이알엠으로 바꾸기로 했다. 케이알엠은 한국 로봇 생산 기업(Korea Robot Manufacturing Co.)의 약자로, 로봇 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변경된 최대주주와도 연관성이 짙다. 지난 21일 다믈멀티미디어는 기존 최대주주인 베놈홀딩스 외 1인이 300만주를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 외 2명에 220억원에 매도하며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고 밝혔다. 고스트로보틱스테크놀로지는 미국 로봇 업체 고스트로보틱스의 관계사이며, 고스트로보틱스는 4족 보행 로봇인 ‘비전60’을 선보였다.

포스코그룹의 정보기술(IT) 회사인 포스코ICT(022100)도 혁신 사업을 강조하며 포스코DX로 간판을 교체했다. DX(Digital Transformation)는 디지털 대전환을 의미하는데, 회사 측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로봇 등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뜻이 내포됐다고 설명했다.



교통카드 솔루션 전문기업 에이텍티앤(224110)은 사명을 에이텍모빌리티로 변경한다. 올해 모빌리티를 주력 사업으로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지앤비에스 에코로 사명을 바꾸는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382800)은 사업 다각화를 상호 변경 이유로 꼽았다.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은 첨단사업에서 배출되는 백연 및 유해가스 처리 관련 장치 공급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M&A에 따라 사명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반도체 부품기업 피에스엠씨(024850)는 HLB그룹에 편입되면서 HLB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을 변경키로 했다. 삼강엠앤티 역시 SK그룹 편입에 따라 에스케이오션플랜트(100090)로 사명을 고쳤다.

일각에선 횡령·배임 혐의 발생 및 거래정지, 실적 악화 등의 부실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상장사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달 일월지엠엘로 사명 변경을 예고한 유테크(178780)의 경우 2021사업연도 및 2022년 사업연도 반기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올해도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됐으며, 지난해 6월에는 75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린라이프사이언스로 사명을 바꾸는 KPX생명과학(114450)은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개별 기준 지난해 영업손실은 40억원으로 전년(-46억원)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전문가들은 사명 변경이 잦거나, 상호와 관련한 사업 경험 및 실적이 부재한 기업과 관련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2300개 상장 중 매년 1%, 20여개의 업체에서 부도가 난다”며 “사명을 자주 바꾸는 기업은 정도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일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명을 바꿨다고 하면 관련 조직이 마련돼 있는지 또는 매출이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이름만 변경한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