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반대로 했더니…투자의견 '매도' 카뱅의 반격

by김보겸 기자
2023.02.01 05:31:00

2개 증권사 ''중립'' 하향한 크래프톤, 9.33% ↑
이례적인 ''셀 리포트'' 나온 카카오뱅크도 12% ↑
투자의견 하향 무색케 한 외국인 순매수세 영향
최후 웃는 자는 누구…카뱅 손 들어준 증권가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올 들어 증권사에서 투자의견을 하향한 일부 종목들이 오히려 급등하고 있다. 2개 증권사가 ‘매수(BUY)’에서 ‘중립(HOLD)’으로 투자의견을 내린 크래프톤(259960)은 물론, 예외적으로 ‘셀 리포트’가 나온 카카오뱅크(323410)도 강세다. 주된 이유는 올 초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면서 국내 증시 전반이 상승한 영향이다. 다만 앞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할지에 대해선 두 종목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올 들어 크래프톤 투자의견을 하향한 증권사는 두 군데다. 삼성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는 23만원에서 16만원으로 내렸다. 유안타증권도 투자의견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는 1년 전(45만원)보다 62% 하향한 17만원을 제시했다.

이유는 공통적이다. 크래프톤이 투자한 미국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DS)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은 부진한 데다 믿었던 캐시카우마저 4분기 비수기로 인해 실적 전망이 어두워서다. 지난달 2일 출시한 호러액션 게임인 ‘칼리스토 프로토콜(TCP)’은 31일 매출 기준 스팀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70달러 가격에 비해 콘텐츠가 적고 버그가 많아 외면받은 모습이다. 기존 효자 게임이던 배틀그라운드 이용자 수가 자연 감소 단계에 들어가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투자의견 하향에도 올 들어 크래프톤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크래프톤 주가는 연초 대비 9.33% 오른 17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8.96% 오른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국내 증권사들 중 예외적으로 ‘셀 리포트’가 나온 카카오뱅크 역시 올해 12% 넘게 급등했다. 증권사가 좀처럼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는 가운데 나온 의견이라 주목된다. 지난해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 199개 중 셀 리포트는 전무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제시한 카카오뱅크 매도 리포트는 한 달간 나온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 14개 중 유일하다.

올해 초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이들 종목도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12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렬을 이어가며 지난해 9월 13거래일 연속 순매수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미국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 중국 경기 둔화 등 악재가 올 들어 해소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이 기간 개인이 크래프톤을 603억원 넘게 팔아치울 때 외국인은 616억원어치 사들이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카카오뱅크 역시 개인이 1327억원 순매도하는 와중 외국인은 98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월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구성된 챗봇 기능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였다.(사진=카카오뱅크)


다만 앞으로의 전망을 두고서는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의 희비가 엇갈린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한국에서 게임시장이 이미 레드 오션에 들어갔다는 판단이다. 16년간 자산운용사에서 성장주를 분석해 온 한 펀드매니저는 “한국에서 게임주는 성장주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특히 모바일 시장이 워낙 커진 탓에 추가적으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게임시장 성장률은 점점 둔화되고 있다. 2020년 21.3%에서 2021년 11.2%로 반토막났으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도 각각 8.5%와 5.9%로 낮아졌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 시장 역시 성숙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뉴주’에 따르면 올해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 연 매출은 지난해보다 6.4% 감소한 약 113조9315억원으로 예상된다. 경쟁을 피해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 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시장이 세계의 83.5%를 차지하는 만큼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반면 카카오뱅크에 대해선 대출규제가 완화되면서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자금으로 카카오뱅크가 다른 은행들보다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022년 7~8%에 머물렀던 대출성장률이 올해에는 15% 수준으로 두 배가량 뛸 가능성에 주목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주택관련대출이 타행 대비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대출성장률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며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