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과 동등한 ‘난민’…현실은 ‘맨땅에 헤딩’ 그 자체

by조민정 기자
2022.12.19 06:00:00

난민법상 자국민과 동일한 대우 보장받지만
현실선 체감 안돼…재난지원금도 배제
출생등록도 불가능…2세대에 ‘불안정’ 대물림
“법무부, 지자체 예산과 정책 확보 필요”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고국을 떠나 겪는 타향살이가 쉽겠는가마는, 특히 한국에 온 난민들의 삶은 ‘맨땅에 헤딩’ 그 자체다. 한국에서 어렵사리 난민 심사를 통과한 뒤에도 정착을 위한 분투를 계속해야 한다. 이들은 도움을 받을 한국인 지인이 전무한 경우가 많아, 지자체 안내 없인 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법적으로 한국인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자격조건을 갖췄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기도 하다.

임신 8개월 차인 ‘미얀마 난민 부부’의 아내 두큰녕(32)씨가 지난달 30일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러 가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한국의 난민 인정자는 법적으로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과 기초생활보장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난민협약 제24조 1항에 따르면 체약국은 합법적으로 그 영역 내에 체재하는 난민에게 자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부여해야 한다. 이에 모든 난민은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 기초생활보장, 자녀의 초·중등 교육 등 사회보장제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난민들이 현실에서 피부로 느끼기는 어렵다. 기초생활수급과 건강보험 등 1차적인 복지를 제외하곤 대부분 복지정책에서 배제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지급된 5차 재난지원금에선 내국인과 결혼한 결혼이주민과 영주권을 취득한 이주민만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기본적으로 모든 외국인이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국내 거주 이주민 200만명 가운데 30만명만 지원금을 받았다.

무주택 기초생활수급자로 전세임대주택 1순위 자격조건을 충족했어도 난민이라는 이유로 신청조차 거절당한다. 2018년 난민 인정을 받은 중동 출신의 A씨는 한국에서 버는 수입으로 자녀의 생계까지 책임지기 버거워지자 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하려다 주민센터에서 “외국인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법적 근거에 따라 A씨는 관할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난민은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도 출생등록을 할 수 없어 주거의 불안정성이 자녀에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겪을 공산도 크다. 가족관계등록법상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정체성이 불분명한 난민 2세대는 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장학금 제도에서 제외되거나 수학여행 시 여행자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 등 각종 장벽에 부딪힌다.

한국인과 혼인한 결혼이주민은 외국 국적자라도 여성가족부에서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가정 내 한국인 남편의 도움을 받아 국내 정착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나, 난민 인정자들은 법무부 관할이라서 복지 연계가 취약하단 지적도 있다. 난민과 그 자녀들은 한국말과 글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적어 관할 주민센터에서 관심을 갖고 살피지 않으면 공동체에 진입하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살아야 한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여가부처럼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 개개인이 지자체를 직접 찾지 않으면 안내를 받기 힘들다”며 “외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안산과 경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주민센터에서 기초생활보장을 연계하는 것 외엔 어떤 예산도, 정책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제 한국도 결혼이주민 등에서 난민까지 아울러 이들의 온전한 사회 정착을 도울 복지정책을 섬세하게 다듬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김 변호사는 “난민은 삶의 기반이 상당히 부족해 기존 사회보장제도 편입 외에도 결혼 이주 여성처럼 추가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경력과 학력을 이어가도록 난민의 적응과 정착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법무부와 지자체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