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긴축 늦추나…S&P 이틀 상승폭, 2년반래 최대
by김정남 기자
2022.10.05 05:58:28
뉴욕 3대 지수, 10월 들어 이틀간 랠리
S&P 2거래일 상승률, 2년반 만에 최대
비둘기 RBA·고용 부진에 '긴축 조절론'
10년물 금리 4% 깨져…달러지수 110선
증시 랠리 오나…약세장 랠리 더 무게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이번달 들어 2거래일 연속 랠리를 펼쳤다.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긴축 속도조절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일제히 급락했고, 주식 투자 심리는 달아올랐다. 시장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바닥 논쟁이 조심스레 나온다.
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80% 상승한 3만316.32에 마감하면서 3만선을 회복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06% 오른 3790.93을 기록했다. 어느덧 3800선에 근접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3.34% 뛴 1만1176.41을 나타냈다.
CNBC에 따르면 3대 지수는 최근 2거래일 연속 랠리를 펼치며 연중 최저치보다 모두 5% 이상 뛰었다. S&P 지수의 이틀간 상승률은 2020년 3월 이후 2년반 만에 가장 컸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상승세를 탔다. 영국 정부의 일부 감세안 철회를 계기로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위험 선호가 불붙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장중 1.1489달러까지 뛰었다(파운드화 강세·달러화 약세). 파운드화 가치가 전거래일 대비 1% 중반대 오른 것이다. 최근 한때 1.03달러대까지 빠지며 역대 최저로 폭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 급등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0.9999달러까지 오르며 1달러가 눈앞에 왔다.
이에 반해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이날 110.06까지 떨어지면서 주식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달리인덱스는 줄곧 110선에서 움직였다.
시장은 글로벌 초강경 긴축이 잦아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기류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2.35%에서 2.6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50bp 빅스텝보다 작은 폭이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금리가 단기간 빠르게 올랐다”며 “호주의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등을 고려해 25bp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식시장분석가는 “RBA의 비둘기 모드로 인해 투자자들은 연준의 (초강경 긴축) 기조가 곧 누그러질 것이라는데 베팅했다”고 말했다.
부진한 미국 노동 지표 역시 긴축 속도조절론을 뒷받침했다. 노동부가 이날 공개한 올해 8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보면, 8월 채용 공고는 1005만건으로 전월(1117만건) 대비 10%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110만건)를 하회했다.
이에 연준에 대한 피봇(Pivot·긴축에서 완화로 정책 전환) 관측은 더 힘을 받았다. CNBC는 “노동력 풀은 부족한데 노동 수요는 과도했기 때문에 임금은 급격히 올라갔다”며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 돼 왔다”고 진단했다.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이 완화할 경우 연준은 긴축 속도조절에 나설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모야 분석가는 “(구인자보다 구직자가 훨씬 적기 때문에 나타났던) 노동시장의 빡빡함(tightness)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3.996%까지 내리면서 장중 4%가 깨졌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562%로 3.5%대까지 내려왔다. 이번달 들어 위험 선호 심리가 커지는 가장 큰 배경이다.
연준 고위인사들은 이날도 긴축 발언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N과 만나 “인플레이션은 많은 미국인들에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긴축으로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 공포를 키웠던 스위스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주가는 스위스 증시에서 9%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금융시장의 공포 분위기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자 월가에서는 올해 여름과 같은 랠리가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지난달 과매도로 인해 상승 여력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약세장 랠리라는데 무게가 더 실린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마크 헤펠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P 지수가 지난달 9% 이상 하락하는 등 주식이 과매도 상태에 있다고 본다”면서도 “인플레이션과 금리 전망에 따라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에 대한 투심이 약한 만큼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유럽의 주요국 증시도 덩달아 상승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78% 올랐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4.24% 상승했다.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점차 안정되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커졌다.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전망에 또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46% 오른 배럴당 86.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뛴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OPEC+가 하루 최대 200만배럴의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날 비슷한 보도를 했다. 경기 침체 여파에 원유 수요가 줄어드는 와중에 OPEC+가 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