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25] 융합되는 5G, 우주통신과 연결되는 꿈의 6G

by김현아 기자
2022.08.26 01:00:0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5G 전국망도 깔리지 않았는데 벌써 6G냐고요? 하지만, 기술자들의 세계는 다릅니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5G는 릴리즈15(Release 15)기술로 출발해 2021년부터 릴리즈16 단말기가 나오고 있는데, 5G 표준은 릴리즈18(Release 18)이 진행 중인 것과 같은 이치죠. 2028년 이후 상용화될 6G만 해도, 벌써 화웨이·에릭슨 같은 글로벌 장비 제조사, 삼성전자 등 단말기 업체, 국내외 통신사들이 글로벌 표준 선점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6년 세계 최초로 6G 기술을 시연한다는 목표입니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에서 5G 이동통신이 시작된 것은 2019년 4월 3일. 3년이 넘었지만, 전국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통신사들은 5G 주력 주파수 대역인 3.5㎓에서 전국 85 개시 주요 행정동, 주요 읍면, 교통망, 다중이용시설 등에 5G를 구축 중입니다. 농어촌 지역에서도 5G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신사 간 5G 망 공동구축도 이뤄지고 있죠. 2011년 상용화된 4G(LTE)때도 전국망을 완성하는데 수년이 걸렸지만, 5G 때보단 빨랐습니다. 이는 3G에서 4G로 옮겨갈 때 상황과 4G에서 5G로 옮겨갈 때 상황이 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3G부터 화상 통화가 가능해졌다고 해도 ‘TV(영상)보는 스마트폰’을 쓰긴 어려웠죠. 데이터 속도가 2Mbps(최대속도)에 불과해 유튜브를 보기 불편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LTE가 되자 1Gbps(최대속도), 10Mbps(체감속도)가 가능해져 본격적인 ‘스마트폰 기반 인터넷 데이터서비스’ 시대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5G는 처음부터 다소 불안했습니다. 일반 국민 대상(B2C)의 5G 다운 마땅한 서비스를 찾지 못했죠. 최대속도 20Gbps에, 체감속도가 100Mbps인 5G는 사업 초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이 킬러 서비스가 될 것으로 봤지만, 여전히 5G 특화 서비스라고 말하기엔 부족합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오히려 5G는 기업대상(B2B)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5G 에지(Edge)클라우드’가 대표적이죠. 5G 에지 클라우드가 중요한 이유는 맨 마지막 단인 디바이스에서 보안, 실시간 처리, 망 효율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중앙의 클라우드에선 빅데이터, 기계학습, 콘텐츠·스토리지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디바이스와 클라우드 중간에 있는 에지 부문에서 초저지연이란 특성을 이용해 디바이스 처리 능력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K텔레콤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대전과 서울에 5G 에지 클라우드 서비스 거점 ‘5GX 에지존(Edge Zone)’을 구축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요구되는 초실감형 미디어나 클라우드 게임, 클라우드 로봇(뇌없는 로봇)등을 만들려는 회사들은 5G 에지 클라우드에 접속해 AWS와 같은 개발 환경에서 초저지연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네이버, LG CNS 같은 기업들이 속속 도입 중인 ‘이음5G(5G 특화망)’도 비슷한 목적입니다. 삼성전자의 이음5G 전용 장비를 채택한 네이버의 신사옥 ‘1784’는 혁신 서비스들을 끊임없이 실행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음5G에 연결된 클라우드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해 수십에서 수백 대에 달하는 로봇과 정보를 동시에 주고받을 뿐 아니라 자율주행 경로를 초저지연, 거의 실시간으로 제어하죠. 이를 기반으로 로봇은 ‘1784’ 내 임직원들에게 택배, 커피 배달과 같은 편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LG CNS 역시 LG이노텍 구미2공장에 5G특화망을 구축 중입니다. 5G는 인공지능(AI) 비전 카메라를 활용한 불량품 검사, 무인운반차량 운용,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도면 제공 등의 서비스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5G가 진화해 6G로 나아갈수록 통신 기술과 컴퓨팅 기술 간 융합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에지 컴퓨팅뿐 아니라 AI가 무선접속 네트워크 전반에 적용되고, 위치추적이나 물체·이미지 검출에 쓰이는 다양한 센싱 기술은 이동통신 기술과 융합돼 상호 협력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그 뿐아닙니다. 뚫리지 않는 양자암호가 통신의 기본 인프라로 들어가는 일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소위 ‘에어택시’로 불리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준비 중인 KT 이원열 통신인프라기술담당(상무)은 양자암호를 UAM 통신망에 적용하는 일도 추진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 상무는 “양자암호통신은 굉장히 비싸 UAM 구간 전체에 적용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항로가 결정되면 버티포트(기체가 수직 이착륙하는 곳)랑 관제센터까지 양자암호를 적용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비행체가 통신을 주고받을 때는 버티포트에서 받은 키로 암호화하니 비행기와 양자키를 직접 주고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5G는 2025년경 상용화될 5G-Advanced(릴리즈 18, 릴리즈19, 릴리즈20)를 끝으로 그 수명을 다할 전망입니다. 2027년 5G 릴리즈21이란 기술부터 시작해 2028년부터 6G가 본격화되겠죠. 우리나라에선 6G를 세계 최초로 2026년경에 시험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나, ‘세계 최초’보다는 ‘튼튼한 기술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건, 5G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6G는 우주통신(저궤도 위성 통신)과 접목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솔직히 아직 서비스 요구 사항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기술트렌드 보고서가 2022년 6월 완료됐고, 6G 비전보고서가 2023년 발간될 예정이라는 정도만 정해졌습니다. 통신의 원료가 되는 주파수 대역 역시 국제전기통신연합 라디오주파수통신규약(ITU-R)산하의 세계전파통신회의(WRC 회의)에서 2023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2027년 결정될 예정입니다. 다만,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22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 초기 6G주파수로 7~15㎓를 언급했고, 우리나라도 7~24㎓ 대역에서 초기 6G 주파수를 정하기 위해 논의를 막 시작했습니다.

6G가 되면 어떤 세상이 열리느냐구요? 에릭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인체 반응 속도 수준의 체감 지연 속도를 보장해 초정밀 실시간 원격 수술이 가능해진다고 하네요. 6G에서의 신뢰성은 99.99999%이기 때문입니다. 공간확장도 화두입니다. 이를테면 비행기 모드가 사라지는 비행기 같은 것이죠. 도코모가 내놓은 활용사례(use case)에 따르면, 공중 10㎞까지 송수신이 가능한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을 활용해 하늘, 바다, 섬, 오지 등으로 커버리지를 확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게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비지상 네트워크)와 지상 기지국 네트워크의 통합이죠. 6G가 적용되는 초에지 기반 완전 자율주행 모빌리티도 2028년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독자적인 위성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궤도 군집 위성통신시스템 기술개발을 예비타당성 과제로 준비 중입니다.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약 95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6G 연구개발 및 융합서비스 예타 과제(2024년~2030년, 약 9000억원)도 준비 중입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차세대 네트워크(6G) 산업 기술개발(R&D) 예타 사업은 6개 분야(①6G 무선통신, ②6G 무선통신 부품, ③6G 모바일 코어 네트워크, ④6G 유선 네트워크, ⑤6G 시스템, ⑥6G 기반조성)에서 중점적으로 기획되고 있다고 합니다.